[더스탁=김효진 기자] 현대차 인도법인이 현지 증권시장 상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인도시장에 진출한 지 28년만이다.
그동안 상장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현대차는 최근 공시를 통해 예비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현대차는 해외 자회사 상장을 통해 미래차 투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인도 현지 종속회사인 HYUNDAI MOTOR INDIA LIMITED를 인도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IPO 제출 서류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주발행을 하지 않고 인도법인 주식의 17.5%(1억4200만주)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다. 인도법인의 상장밸류는 143억~171억달러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이에 따르면 25억~30억달러의 현금이 현대차에 유입될 것으로 파악된다. 밴드상단 기준 약 4조원 규모의 자금이다. 현대차는 이 자금을 미래차에 대한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6년으로 해외 업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발을 들였다. 현재 인도에는 2개 생산 공장을 보유 중인데, 생산능력(CAPA)은 85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인수한 GM공장의 설비 개선이 마무리되면 내년 생산능력은 110만대로 확대된다.
여기에 인도 모빌리티 시장이 글로벌 4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현대차는 투자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인도시장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향후 10년동안 인도 시장의 전기차 투자와 충전 네트워크 확충에 4조2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동화에 속도를 내 올해 하반기 현지에서 전기 SUV차량을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인도 자회사의 올해 추정 실적은 매출액 12조원에 순이익 1조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1%, 순이익은 29.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환경도 고무적이다. 인도 정부가 수입차에 고관세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시장에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상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인도정부가 BYD, 장성 등 중국업체의 공장설립을 불허하면서 중국 업체의 진입이 제한됐고, 테슬라는 투자 부담을 안고 있어 현지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 업체 3곳과 현대차그룹의 과점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는 피할 수 없는 논란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요 카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삼성증권은 7~8월에 발표되는 현대차의 주주환원 정책과는 별도로 진행하면서 2025년 상반기까지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3년간 현대차의 총 주주환원율이 30~33%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매해 1조원 내외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약 1.5조~2조원 내외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예상되는데, 이는 일일 거래량의 4~5%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