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공모주 시장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바로 청약경쟁률이다. 최근 공모주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1월에는 청약경쟁률이 크게 치솟았다. 지난 2022년말 빙하기로 치달았던 공모주 시장이 해동되기 시작한 지난해 1월은 물론이고 공모주 불기둥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된 지난해 12월 보다도 높은 경쟁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청약경쟁률이 2000대 1을 넘어선 곳이 3곳에 불과했고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에이엘티가 2512대 1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연초부터 이를 넘어선 기업도 나왔다. 여기에 월간 청약증거금도 폭발했다. 공모규모가 지난해 1월 대비 소폭 많은 수준에 불과했으나 증거금은 4.69배가 많았다.
2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가 증시에 입성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일반 청약경쟁률은 1382대 1을 기록했다.
월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월뿐만 아니라 전월인 지난해 12월 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에는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선 기업이 한 곳도 없었고 평균 경쟁률이 378대 1에 그쳤다. 미래반도체가 수요예측 흥행을 바탕으로 1000대 1에 근접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평균치를 견인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티이엠씨는 청약 미달사태까지 직면했으며, 오브젠은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연초 기대감과 시장에 대한 불안함이 공존하면서 종목별로 투심이 갈린 모습이었다.
전달인 지난해 12월에는 평균경쟁률이 1140대 1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평균경쟁률은 442대 1 수준에 그쳤으나 일반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으로 발빠르게 이동하면서 경쟁률이 직전 달 대비 눈에 띄게 올랐다. 증시를 특별히 주도한 섹터가 없었던 데다 새내기주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아울러 1월의 월간 평균 청약경쟁률은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7월에는 8개 기업이 상장한 가운데 평균 경쟁률이 1676대 1을 기록했다. 바이오기업인 파로스아이바이오를 제외하고 모든 기업이 경쟁률 1000대 1을 웃돈데다 2000대 1 이상 기업이 3곳 몰리면서 경쟁률이 고공행진했다. 이후 10월과 12월 경쟁률이 1000대 1을 웃돌기는 했으나 올해 1월 그보다 더 크게 약진했다.
이 같은 청약열기는 증시 동향에서도 확인된다. 1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의미하는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1월 6300만개 수준에서 올해 7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눈에 띄게 증가했다.
1월에는 특히 첫 타자로 증시에 입성한 우진엔텍이 수요예측에 이어 청약에서도 홈런을 날렸다. 수요예측에서 유일하게 경쟁률 1000대 1을 돌파했었는데, 청약에서도 2707대 1을 기록하면서 홀로 2000대 1을 웃도는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우진엔텍의 청약경쟁률은 지난 2022년 4월말 상장한 포바이포 이후 최고치다. 당시 포바이포는 376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우진엔텍은 몸집이 작았던 데다 상장일 유통 주식 물량이 상장예정주식 수의 17.78% 수준으로 설정되면서 청약열기가 고조됐다.
청약증거금도 공모규모 대비 폭발했다. 1월에는 상장기업들이 총 1241억원을 공모했는데, 증거금은 18조원 이상이 모였다. 600억원 이상을 공모한 현대힘스가 9.8조원가량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고, 우진엔텍에는 3.7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HB인베스트먼트와 포스뱅크에는 각각 2.5조원과 2.3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1월의 청약증거금은 공모규모가 엇비슷한 전년 1월과 비교하면 상당한 기록이다. 지난해 1월에는 4개 상장기업의 총 1061억원 공모에 3.97조원의 증거금이 모이는데 그쳤다. 미래반도체와 한주라이트메탈이 각각 2.5조원과 1.4조원으로 1조원 이상을 모았다.
전달인 지난해 12월에는 6개 기업이 상장하면서 총 2788억원을 공모했다. 증거금은 37.3조원이 유입됐는데, DS단석과 LS머트리얼즈가 각각 15조원과 1.8조원으로 증거금을 쓸어담았다. 나머지 기업 중에서는 케이엔에스가 3.1조원으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