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IPO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열 징후가 뚜렷하게 관찰되는 지표 중 하나는 바로 공모가 확정 결과다. 공모주 투자의 장점은 적정가치 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모두 공모가를 크게 상향 결정하면서 할인율이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다. 가격 발견기능이 상실됐다는 우려 속에 수요예측 참여기관도 월평균 2052곳을 넘어서는 등 흥분도가 높아진 분위기다.
아울러 1월에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평균 900대 1을 소폭 웃돌았는데, 공모금액이 100억원 남짓으로 규모가 가장 작았던 우진엔텍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월 주관사 인수성적으로는 중형급 IPO를 진행한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2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가 증시에 입성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공모가를 밴드초과에 결정했는데, 상단과 괴리율은 평균 16.37%로 계산됐다.
일반적으로 신규상장 공모주는 이미 상장해 있는 유사기업의 시장가치와 비교해 적정가치를 구한 후 개별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해 밴드범위를 산출한다. 이 때문에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모주 물량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밴드상단을 훌쩍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1월에는 모두 공모가를 크게 상향 확정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월간 상장기업이 공모가를 모두 밴드를 넘겨 확정한 것은 IPO시장이 약진한 지난 몇 년간에도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밴드 상단 보다 20%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포스뱅크의 경우 할인 전 주당 평가액인 1만6906원보다 오히려 더 높은 1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하기도 했다. 우진엔텍은 7.9% 할인된 가격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고, HB인베스트먼트와 현대힘스의 최종 할인율도 각각 10.9%와 12.2% 수준에 그쳤다.
1월 상장기업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906대 1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IPO수요예측 참여기관에 대한 주금 납입능력 확인 조치 도입 이후 상장기업들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이 600대 1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경쟁률은 우진엔텍이 1263대 1로 가장 높았고, 포스뱅크 839대 1, HB인베스트먼트 839대 1, 현대힘스 681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수요예측 참여기관 수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월평균 2052곳의 기관이 참여했으며, 포스뱅크에 2104곳이 참여해 참여도가 가장 높았다.
1월 주관사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현대힘스를 단독 주관하면서 앞서 나갔다. 주관금액은 636억원이다. 포스뱅크의 상장을 주관한 하나증권이 27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HB인베스트먼트와 우진엔텍의 IPO 상장업무를 수행하면서 각각 227억원과 10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달인 지난해 12월에는 에이텀, 와이바이오로직스,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블루엠텍, DS단석이 증시에 신규 입성했다. 공모주들이 단체로 불기둥을 세우면서 IPO시장으로 투자자들의 눈을 돌리게 만들었던 시장 분위기에 비하면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6개기업의 평균 경쟁률은 441대 1을 기록했는데, 965대 1을 기록한 케이엔에스와 582대 1을 기록한 블루엠텍 만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평균 기관 참여수도 1528곳으로 올해 1월에 비하면 많지 않았다. 하지만 LS머트리얼즈의 경우 2025곳의 기관이 참여해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을 벌였다. 의무보유확약신청률에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공모가를 밴드하단으로 결정하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와이바이오로직스가 14.47%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LS머트리얼즈와 케이엔에스도 10%를 넘겼다.
전년 동월인 2023년 1월에는 한주라이트메탈, 티이엠씨, 미래반도체, 오브젠이 상장에 골인했다. 당시에는 주금 납입능력 확인 조치 시행 이전이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676대 1로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미래반도체가 1577대 1로 가장 높았고, 한주라이트메탈도 999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오브젠과 티이엠씨는 두 자릿수에 그쳤다. 수요예측 참여기관 수도 평균 1015곳에 불과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미래반도체에 가장 많은 1666곳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