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IPO(기업공개) 시장은 연말을 앞두고 침체의 한파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고, IPO 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상장 계획을 잇달아 철회하고, 상장을 강행한 기업들의 주가도 공모가를 밑돌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IPO 철회와 위축된 투자심리
지난 9월부터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러한 철회의 주된 이유로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점과 증시 전반의 침체를 꼽는다. 최근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들이 증가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두 차례나 IPO를 철회했으며, 내년 초 재상장을 시도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시장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의 부진
11월에 상장한 신규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심각하다. 상장한 15개 기업 중 더본코리아와 위츠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공모가를 밑돌았다. 일부 종목은 상장 첫날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에이럭스(-38.25%), 토모큐브(-37.06%), 닷밀(-33.77%) 등은 상장 당일부터 큰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더본코리아는 상장일 공모가 대비 51% 상승하며 잠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주가가 반락하며 현재는 상장 첫날 종가를 밑돌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높은 공모가 산정과 시장 위축의 결과로 보인다. 기업과 주관사 모두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경향이 이어지며 IPO 시장 내 '밸류 거품'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투자 환경 악화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공모주 열풍이 급격히 식은 이유는 국내외 증시의 부진과 투자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상장 기업들이 몸값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서 공모가를 방어하지 못했고, 기관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전략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여기에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으로의 자금 이탈이 겹치며 공모주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있다.
새내기주의 주가 하락은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는 이러한 침체를 종목 선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상장 후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옥석 가리기
IPO 시장은 침체기를 겪으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실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기업들 역시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연초 효과 유효한가?
IPO를 철회한 기업들은 내년 초 ‘연초효과’를 기대하며 다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에는 대형 IPO들이 대거 예정되어 있어 수급 분산 우려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반등 시기를 노리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며, 글로벌 경제와 증시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더스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