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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가처분 남발로 '시장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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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가처분 남발로 '시장혼선'
  • 이경주 기자
  • 승인 2024.12.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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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반대에 고려아연측 강력 반발...영풍 조업정지 처분 나오는 시점에 '호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가처분을 남발해 시장혼선을 가중시키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했는데 MBK·영풍이 가처분 신청으로 가로막았다. MBK·영풍은 2주전에도 추측에 기반한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했다가 각하·기각이 예상되자 스스로 취하를 한 바 있다. 가처분 남발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가처분은 영풍이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악재를 다른 이슈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MBK·영풍은 30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앞서 지난 23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결의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주주 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를 적용해 이사 선임을 하자는 주주 제안은 효력이 없다는 게 연합의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집중투표제는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적법한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 모두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고려아연은 검토를 마쳤다. 

상장 회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경우에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은 상법상 적법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기업 선례들에서도 확인된다.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은 아무런 법적 문제나 하자 없이 실제 주총에서 여러 차례 진행됐다. 

대법원 판례로도 입증된 사항이기도 하다. 판례(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62362 판결)에 따르면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은 그 결의가 있는 때에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내용의 조건부 집중투표 역시 합법적이며 적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MBK·영풍 역시 이런 법조계 해석이나 대법원 판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다시 '묻지마 가처분'에 나선 모습이다. 

고려아연측은 "MBK·영풍이 자신들이 내세웠던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조차 눈 앞에 이익에 배치될 경우 언제든지 내팽개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맹공격하고 있다. 또한 MBK·영풍이 소액주주들을 포함해 다른 주주들의 이익이나 권익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일각에선 가처분 시점도 주목한다. 영풍이 환경오염 위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과 정부의 조치에 따라 조업정지 58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 날 비슷한 시간에 가처분 제기 보도자료를 냈다. 악재에 쏠릴 수 있는 시선을 다른 곳(가처분)으로 돌리기 위한 여론플레이로 비춰질 수 있다.

앞서 MBK·영풍이 경영권 분쟁 이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재기한 두 차례 가처분이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이에 이번 가처분 역시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한 신청이 아니라 시장과 주주, 투자자를 호도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클 수 있다고 고려아연측은 본다. 특히 집중투표제가 소액주주 보호와 권한 강화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MBK·영풍 행보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MBK·영풍은 이번 경영권 분쟁 명분을 '주주가치 제고'로 내세운 바 있는데 행동은 반대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중장기 신뢰도 악화될 수 있는 이슈라는 평가다. MBK파트너스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사실상 국내 대그룹들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해왔다. 그런데 정작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막은 선례를 만들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주총 안건으로 확정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은 물론 연기금과 기관, 소액주주 단체 등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역시 선임이 가능하다. 이사회 다양성이 한층 강화된다. 이는 현행 이사회와 현 경영진의 기득권을 상당 부분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과 분기배당 도입, 발행 주식 액면 분할,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들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워 임시주총 신청한 사실을 시장과 주주, 정부 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울산시민을 포함한 온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대신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건을 통해 정당한 지지를 받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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