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KERI 국책연구소, 에너지 하베스팅 첨단기술 개발 성과물 발표
휴젝트, 에너지 하베스팅 기반 모니터링 기술, 18억원 프리A 투자유치
더감, 에너지 하베스팅 활용 e-모빌리팅 효율 증대, 중기부 '팁스' 선정
[더스탁=김동진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의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련 사업의 성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일상생활에서 버려지거나 소모되는 다양한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물론, 열(열전)과 진동(압전), 전자기파, 신체, 중력, 위치 등 다양한 자연적 에너지원으로부터 자연친화적인 전기에너지를 추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확산할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및 팩토리 등에 들어갈 초소형 전자센서들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되거나 인체에 밀착되어야 하기때문에 저전력 독립전원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이들 초소형 기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줄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선 에너지하베스팅을 건설(빌딩자동화, 역사 유적 관리), 교통(교통사고 예방, 철도시설 관리), 공공(하천 범람 감시, 스마트 범퍼), 소비(웨어러블 디바이스 셔츠, 충전용 신발), 의료(이식용 센서, 스마트 주사기)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터리ARC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규모는 2020년 약 6억1500만달러에서 매년 12.1%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책연구소와 대학연구팀이 에너지 하베스팅 관련 뛰어난 연구성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 스타트업들도 투자유치와 연구개발, 시장개척 등에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김남균)은 자연계에 없는 메타물질을 활용해 열전발전 소자의 신축성과 효율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자연계 물질은 힘을 가해 누르면 가로 방향으로 늘어나지만 세로 방향으로는 줄어든다. 고무공을 누리면 일어나는 현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반면 인공 설계된 메타물질은 가로세로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최혜경·윤민주 박사팀은 이같은 메타 구조를 지난 물질인 ‘개스킷’을 활용해 열전소자의 신축성을 최대 35%까지 높였다. 열전소자는 물질 양 끝의 온도 차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소자로 일상생활에서 낭비되는 열을 전력으로 전기로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로 꼽혀왔다.
다만 열전소자로 주로 사용되던 세라믹 기판이나 실리콘, 고분자 소재 등은 유연신축성이나 효율성 등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었는데, KERI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KERI의 열전소자는 최대 35% 이상의 신축성을 지니면서, 전력생산 밀도는 0.1μW/㎠에서 2~3μW/㎠로 20배 이상 높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의 전자재료연구센터 공동연구팀(송현철 책임연구원·허성훈 선임연구원)도 지난 14일 열전효과와 압전효과를 접목해 전력 생산량을 50% 이상 높인 하이브리드 에너지 하베스팅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에너지 컨버전 앤드 매니지먼트’에 개제되었다.
허성훈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엔진처럼 열과 진동이 함께 존재하는 곳에서 효과성을 확인했다"며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운 공장 설비 또는 건설기계 엔진 등에 적용해 무선으로 상태진단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도 발빠르게 뛰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업 ‘휴젝트(대표 성모세)’는 이날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와 에코프로파트너스, 블리스바인벤처스, 한양대학교 기술지주, IPS 벤처스로부터 18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 설립된 휴젝트는 한양대 실험실 창업기업으로 압전 분야의 에너지 하베스팅 원천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특히 휴젝트의 ‘독립전원 IoT 센서 및 모니터링 시스템’은 상시전원 설치가 어려운 지하 전력구 및 관로에 설치되어 내부 감시와 예방 진단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지하 전력구 및 관로에 설치된 독립전원 안전 모니터링 센서가 지하의 상태(온도·습도·가스)를 측정해 이를 게이트웨이를 통해 지상 상황실로 전송한다.
휴젝트는 이같은 기술력을 토대로 한국전력공사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1, 2차에 모두 선정되어 협업을 진행 중이다. 성모세 휴젝트 대표는 “런던,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이미 90% 이상이며, 다른 도시들의 지중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하 모니터링 방안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라며 “휴젝트의 시스템이 글로벌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에너지 효율화 부품제조 업체 ‘더감(대표 김진욱)’도 지난 9월 중기부의 팁스에 선정되어 향후 2년간 최대 7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더감은 전자기 에너지 하베스팅을 통해 e-모빌리티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업체다. 특히 더감의 LEC 기술은 전기차 주행 시 선로에 발생하는 전자기장의 변화에서 전력을 유도, 재사용 가능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준다.
김진욱 더감 대표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미래 녹색 에너지로 주목받는 기술이고 이를 탑재한 친환경차 선택은 기후 위기 극복의 필수 요건”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인 글로벌 에너지 하베스팅 장치 시장 진출에 앞서 국내 다목적 화물차 시장에 진입하여 더감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