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증거금 100조원 이상을 끌어 모으면서 청약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100조원은 역대 IPO사상 어떤 기업도 밟아보지 못했던 고지다. 이로써 공모규모 10조원 이상, 수요예측 주문금액 1경 돌파에 이어 청약까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셈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이날까지 7개 증권사를 통해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증거금이 약 114조1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에 가장 많은 증거금인 44조8800억원이 몰렸다. 이어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18조5500억), 신한금융투자(17조5500억)에도 15조원이 넘는 금액이 유입됐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4곳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6조4200억), 하나금융투자(2조2000억), 신영증권(1조6600억), 하이투자증권(1조6500억) 순으로 증거금이 집계됐다.
청약 참여건수는 442만4470건으로 집계됐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474만건에는 소폭 못미치지만, 지난해 중복청약이 제한된 이후로는 최다 기록이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186만건을 기록했고, 카카오페이와 현대중공업이 각각 182만건과 171만건을 기록한 바 있다.
통합 경쟁률은 69.34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일반 청약자에는 당초 예정보다 34만5482주가 많은 총 1097만2482주가 배정됐다. 물량이 추가됐지만 경쟁이 치열한 탓에 균등배정 물량은 평균 1~2주가 배정될 예정이다. 다만 미래에셋의 경우 배정주식 수 대비 청약이 몰린 탓에 10명당 7~8명꼴로 1주도 배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증권사별 평균 균등배정 물량은 △대신증권(1.75주) △하이투자증권(1.68주) △신영증권(1.58주) △신한금융투자(1.38주) △KB증권(1.18주), 하나금융투자(1.12주) △미래에셋증권(0.27주) 순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청약뿐만 아니라 앞서 수요예측에서도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을 달성했다. 앞서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에는 무려 1988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총 1경5203조원의 주문을 접수했다. 기관 주문금액이 1경을 넘어선 것은 국내 IPO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경쟁률도 2023.37대 1을 기록하면서 코스피 IPO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하면서 공모규모는 12조7500억원으로 확정됐다. 단일 공모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 이 분야 최고기록은 지난 2010년 4조8881억원을 공모한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었다.
이번 공모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에는 약 10조1244억원이 유입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 등에 투입된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EV용 원통형 전지 생산라인을 국내 오창공장에 추가하는 한편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거점인 북미, 유럽, 중국지역에서 현지법인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밸류체인을 완성해 원가경쟁력과 주요 고객사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과 함께 신규 사업영역 발굴 및 차세대전지 시장에서의 주도권 유지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현재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0조2000억원이다.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해당한다. 19일 SK하이닉스 종가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약 32% 이상 상승할 경우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통상 IPO기업은 상장 초기 수급적인 측면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상장 이후 유통될 수 있는 물량은 현재 상장예정주식 수의 14.53%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총 신청수량의 77.4%에 확약을 내걸어 실제 유통가능 물량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상장 이후 MSCI, 코스피200 등 각종 지수 편입과 패시브펀드 등의 유입자금을 감안해 유통비율을 다소 높이는 방향으로 공모주를 기관투자자에 전략적으로 배정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