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격전지가 될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영풍·MBK연합에 제기된 시세조종 혐의가 주목되고 있다.
영풍·MBK연합이 임시주총을 통해 표대결에 승리한다하더라도 불법적으로 취득한 주식이 활용된 것이라면 추가 분쟁의 불씨를 남겨둔 것이 된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임시주총 전에 서둘러 혐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불법 취득일 경우 또 다른 분쟁 불씨, 명분도 약화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이르면 내년 초 임시주총을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허가건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는데 고려아연이 개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절차를 감안하면 약 한 달이 걸릴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심문 종료 이후 1~2주가 지난 시점에 판결한다. 판결 후에는 고려아연이 주주명부 폐쇄와 신규이사진 검토 등 제반사안을 준비하는데 물리적으로 2주 정도 소요된다.
앞서 영풍·MBK연합은 지난달 말 공개매수를 마무리 지은 결과 의결권 지분 39.38%를 확보했고, 동시에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측이 보유한 33.93%보다 6%포인트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교체를 위한 표대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임시주총 전에 금감원이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주식으로 표대결을 했을 경우 또 다른 분쟁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연합은 지분율에서 우위에 있긴 하지만 7%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나 일부 기업주주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하긴 이른 단계다. 공개매수로 확보한 주식이 합법적이어야 추가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불법이 확인될 경우 영풍·MBK연합은 경영권 확보에 대한 명분도 약화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는데 행동은 반대로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시세조종으로 영풍·MBK연합이 이득을 봤다면 그만큼 비지배주주들은 그 당시 손해를 본 것이 된다.
◇ 공개매수 마지막 날 오후 대량 매도, 주가급락...고려아연 "영풍·MBK연합에 유리해져"
고려아연은 법무법인 율우와 함께 총 두차례에 걸쳐 영풍·MBK연합을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첫 진정은 올 10월 17일로 영풍·MBK연합이 공개매수를 마무리(10월 14일 마감)한 직후였다.
알려져 있다시피 영풍·MBK연합은 공개매수 가격을 총 세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처음 가격은 주당 66만원이었고 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이 기간 고려아연 주가가 장중에 공개매수가를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일반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영풍·MBK연합은 올 9월 26일에 첫 번째 인상(주당 75만원)을 했고, 10월 4일엔 두 번째 인상(주당 83만원)을 했다. 공개매수기간도 10월 14일까지로 연장했다. 시세조종 의혹은 마지막 날인 14일에 발견됐다.
이날 오후 1시12분께 주가가 82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 그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시간 뒤인 3시12분께에는 최저가인 77만9000원을 기록했다. 두 시간 만에 최고가(82만원) 대비 5%가 하락했다.
더불어 율우측이 제시한 주가차트를 보면 고려아연 주가가 이날 최고가(82만원)를 기록한 이후 4차례 걸쳐 특정 시간(검은 동그라미)에 매도량이 급증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주가하락 배경에 ‘대량매도’가 있었던 것은 팩트다.
그런데 이 매도 행위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 고려아연측의 주장이다. 일반주주 입장이라면 공개매수에 응해 주식을 주당 83만원에 영풍·MBK연합측에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트에 등장하는 대량매도자는 이익을 취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며 주가를 낮추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이날(14일) 오후 주가하락은 투자자들의 '시장가 매도'가 주를 이뤘기 때문으로 고려아연측은 보고 있는데, 이 역시 상식에 반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주가흐름을 보면서 지정가 매도를 설정해 이익을 최대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날 시장가 매도가 주를 이뤘다는 것은 누군가 주가하락을 인위적으로 노린 것이란 게 고려아연측의 주장이다.
이 같은 시세조종 혐의로 이득을 본 주체가 영풍·MBK연합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은 영풍·MBK연합을 혐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만약 14일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점(82만원)보다 더 올랐다면 두 차례 인상한 공개매수가(83만원)도 일반주주들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영풍·MBK연합이 원하는 지분율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애초 영풍·MBK연합은 공개매수로 최대 14.61%, 최소 6.98%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취득한 주식은 5.34%에 그쳤는데 마지막날(14일) 오후 주가하락이 없었다면 취득지분율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었다.
시세조종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위반이다. 고려아연은 진정서에서 “영풍·MBK연합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주가가 공개매수가(83만원)을 초과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14일) 주가가 계속 상승해 공개매수가를 초과할 조짐이 보이자 매도량이 급증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명불상자가 고려아연 주가를 하락시켰다면 그 행위는 영풍·MBK연합에 유리한 공개매수 결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이날 오후에 이뤄진 시장가 매도 주문 내역과 주문자에 대한 실체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주가 하락 이후 고려아연 주주들이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얼마만큼 응하였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이는 시세조종으로 이익을 얻은 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함”이라고 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