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올해 IPO시장은 역대급 호황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는 모든 상장기업이 공모가를 밴드상단 이상으로 확정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장일 수익률도 양호해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는 초단기 투자로는 짭짤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처로 역할을 했다.
다만 상장 이후로 시선을 옮겨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새내기주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양호한 흐름을 타고 있는 새내기주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코스피에 입성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덩치가 무거운 만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장 이후 공모가를 지속적으로 사수했으며, 현재 주가도 공모가 뿐만 아니라 상장일 시가보다도 높은 위치에 있다. 2일 종가 기준 공모수익률은 52.5%를 기록 중이다.
전방시장인 조선업이 호황 사이클을 탔다는 평가와 함께 조선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사업을 중심축으로 하는 HD현대그룹을 든든한 뒷배로 두고 있고, AM(애프터마켓)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 높은 시장 점유율 가진 엔진 라이선스 보유 =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현대중공업의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가 분할해 설립된 기업이다.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 등 기타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AM(애프터마켓)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87.6%를 차지한다. AM 서비스에는 선박 엔진 및 기자재 부품 등을 공급하고 수리 및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M솔루션’과 선박 연료유를 공급하는 ‘벙커링’ 서비스, ‘친환경 선박 개조’, ‘선박 디지털 제어 및 플랫폼’ 사업 등이 있다.
특히 독보적인 엔진 부품 조달 역량이 장점이다. 회사는 만에너지솔루션즈와 빈터투어가스앤디젤의 엔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글로벌 2행정 엔진에서 각각 85%, 14%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4행정 엔진인 ‘힘센(HiMSEN)’의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 중이다. 힘센은 4행정 선박 엔진 시장에서 35%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다.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은 환경규제 강화로 주목받고 있는 사업 분야다. HD 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개조 설계부터 부품장비 조달, 개조 시공 및 설치, 시운전, 보증 서비스까지 턴키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육상전원 공급장치(AMP) 개조 ▲ LNG 재액화 설비 개조 ▲이중연료 엔진 개조(LNG, 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 ▲노후 LNG선 FSRU 개조 등 친환경 개조 영역을 지속 확대해 가고 있다.
최근 선박에 전자시스템을 통한 자동화 제어가 늘고 있는 만큼 디지털전환도 향후 성장동력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차지하고 있다. HD 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운항 및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는 스마트십 솔루션과 함께 주요 장비를 조작하고 제어하는 통합제어시스템을 모두 공급한다. 아울러 선박 사이버 보안솔루션 분야로도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 ‘조선업 호황에 친환경까지’ 우호적 사업환경…트럼프 수혜주로도 묶여= 친환경 비즈니스는 산업을 가리지 않고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업에도 친환경을 위한 규제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 이는 AM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에도 큰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
KB증권 정동익∙서준모 연구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이 도입됨에 따라 LNG나 메탄올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엔진이나 암모니아 또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의 도입을 늘리거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는 필연적으로 유지보수 비용의 상승을 수반하게 된다. LNG나 메탄올 DF는 1.5배, 암모니아는 2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조선 업황도 힘을 보태고 있다. 노후 선박의 교체 주기가 가까워진 가운데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조선업황을 가늠하는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9일 187.91을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80선을 넘은 것은 16년만이다.
이 때문에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VLGC의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NG선도 여전히 굳건하다. 미국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보다 화석 연료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상황이 한몫을 하고 있다. 강 달러 현상도 수출이 많은 조선업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선복량이 증가하면 부품교체와 정비수요는 자연히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M&A·제휴 등을 통해 사업 확장 추진 =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 해운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그룹은 최근 STX중공업(HD현대마린엔진)을 품고 선박엔진 관련 생태계를 더욱 확장했는데, HD현대마린솔루션과의 시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엔진 부품 조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엔진 분야 에프터마켓(AM) 영업망을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해운물류 스타트업인 씨벤티지와의 M&A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씨벤티지는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항만의 선박 대기 현황과 물동량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추진 중인 ‘오션와이즈’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14일 씨벤티지와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진행했다. 오션와이즈 서비스는 AI 기반 탈탄소 운항 솔루션이다. 씨벤티지와의 투자계약을 통해 스마트십 기술 및 플랫폼 고도화, 메타오션데이터베이스 구축, 선박 사이버 보안 등 해양 분야 AI 디지털 솔루션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 2분기 영업이익 전년동기대비 29.6% 성장 = 실적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상장 이후 첫 실적발표인 2분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지난달 24일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2% 성장한 4,379억원을, 영업이익은 29.6% 성장한 71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로도 각각 14.3%와 37.9% 성장한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매출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매출이 증가하는 시장 특성과 함께 STX중공업 인수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올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은 당사 예상치를 12% 상회했다”며 “선박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애프터 마켓(AM) 솔루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덕”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30억원 상향된 2,460억원으로 조정했다. 또한 내년과 2026년의 연간 영업이익도 각각 10%, 14% 상향된 3,130억원과 3,790억원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