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태영 기자] 최근 IPO 공모시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모가는 줄줄이 희망밴드를 초과해 결정하고 있고, 상장일 수익률도 월평균 200% 안팎을 기록할 만큼 기세를 뽐내고 있다. 다만 상장일 이후에는 변심한 애인 마냥 열기가 급속도로 식으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는 게 흔한 모습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새내기가 있다. 올해 1월 공모주 첫 타자로 나선 우진엔텍이다. 물론 우진엔텍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최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하락률이 낮지 않다. 그럼에도 상장 한달 반이 지난 현재도 상장일 시초가에 근접한 가격대에 주가가 머물면서 다른 새내기들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진엔텍은 올해 첫 따따블(상장일 공모가격의 400%까지 주가가 상승)을 기록했으며, 익일 또 상한가에 들어가면서 상장 초기 크게 달아올랐다. 종가 기준 최고 공모수익률은 558%를 기록했다. 다만 이후 주가가 내리면서 지난 6일 종가 기준 공모수익률은 276%를 기록 중이다.
우진엔텍은 앞서 공모에서 눈에 띌만한 관심을 받았다. 안정적인 실적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원전 육성에 정부 정책기조도 우진엔텍을 돕는 형국이다.
#공모 성적 두각…수요예측 1263대 1∙일반청약 2707대 1=우진엔텍은 앞서 공모과정에서도 홈런을 날렸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 IPO기업 중 가장 높은 1263대 1을 기록했고 수요예측시 기관 확약신청비율도 17.01%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이어 일반청약에서는 2707대 1을 기록하면서 올해 IPO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이는 지난 2022년 4월 상장한 포바이포가 3763.37대 1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규모가 109억원, 상장 시가총액 491억원 수준으로 덩치가 작은 점과 상장 초기 유통가능물량이 적은 점도 수익률을 관리하기에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구조도 투자자 친화적으로 짰다. 상장일부터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전체 17.78%에 불과하다. 여기서 공모주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분까지 제외하면 유통가능 물량은 더욱 줄어든다. 공모 후 지분율 7.70%를 보유한 프렌드신기술사업투자조합 56호의 경우 의무보유 기간이 상장일로부터 1개월이었는데, 최근 지분을 모두 장내매도 했다고 공시했다. KB증권의 지분 2.79%(상장 후 1개월간 보호예수)와 상장주선인 지분 0.67%(상장일로부터 3개월)를 제외하면 구주의 경우 상장 후 6개월까지 나올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상장 후 6개월부터는 대량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대주주의 공모 후 지분율은 40.99%인데, 의무보유 기간이 상장일로부터 6개월이다. 또 2대주주인 SIMPAC의 지분 20.49%도 6개월로 의무보유 기간이 설정된 상태다.
# 원전가동에 필수적인 시운전부터 원전해체 시장까지 커버리지 확대 = 2013년 설립된 우진엔텍은 발전설비 전문정비 기업이다.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 계측제어설비 정비산업, 발전플랜트 설비진단, 성능개선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진엔텍은 시운전부터 경상정비, 계획예방장비, 원전 해체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 중이다. 현재 총 5개 원전과 5개의 화력발전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안전과 직결돼 있는 발전설비 정비사업은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이다. 기술력과 현장 적용설비 자체 설계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우진엔텍은 전체 인력의 92%를 R&D 인력으로 꾸리고 다양한 원천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주요 원천기술은 △전자카드 정밀점검(ICT) △발전소 현장 시험장비 설계 및 제작 기술 △방사선계측 신호처리 기술 △방사선 계측 영상구현 기술 △전자회로 분석 및 설계 기술 등이다. 현재 보유한 등록특허는 34건, 저작권은 158건, 지적재산권은 192건에 달한다.
# 작년 영업이익 3분기 누적 59억원 달성…배당도 결의 =실적도 안정적이다. 지속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추세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약 304억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 늘어난 약 59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인 2022년 연간치(57억원)를 소폭 웃도는 수치로 영업이익률이 19.4%에 달했다. 원자력 발전소 계측제어설비 정비사업 수주 확대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원자력 용역 매출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60%에 달한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우진엔텍은 배당도 결의한 상태다. 다만 배당 기준일이 지난해 12월 31일이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당 배당금은 330원으로 총 배당금액은 24억원 수준이다. 주주총회는 오는 25일 개최된다.
#원전 시장 회복과 원전 해체 시장 개화 수혜 기대 = 전방시장인 원전의 경우 경기변동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다만 전력수요에 맞춰 인프라투자나 생산시설 가동이 이뤄지는 만큼 정부 정책에는 영향을 받는다. 현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 기조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발표했다. 정부는 차세대 원전기술 연구개발(R&D)에 5년간 4조원을 투자하고, 원전 기업의 특별금융 공급 규모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5년 주기로 에너지기본계획을, 2년 주기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조만간 향후 15년의 국가 전력 정책 방향이 담긴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초안 발표가 예정된 점도 긍정적”이라면서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신규 투자, 데이터센터 확대, 전기차 이용 증가 등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원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진엔텍은 미래 먹거리로 원자력발전소의 해체시장 분야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정부 유관기관에서 주관하는 2건의 원전해체 기술개발 국책과제 수행 기업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원전해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사선 측정, 모니터링 시스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원전해체 실증 기술개발 및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사업화 진행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기술 및 시스템 사업화를 완료한 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영구 정지 원전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를 해체 후 해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우진엔텍은 이미 중국 TOFTEK으로부터 사업화 이후 3년동안 35세트의 감마선 영상 장치 구매의향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