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진통을 겪었던 바이오노트(대표이사 조병기)가 결국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다. 원활한 글로벌 M&A, 인재 확보 등을 위해 상장사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공모의 주요 배경이었던 만큼 상장스텝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노트는 수요예측 후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을 50% 밑도는 9000원으로 확정했으며, 총 공모주식 수를 기존의 80%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공모금액은 936억원으로 축소됐으며, 상장밸류도 9170억원으로 1조원 밑으로 내려 앉았다. 몇 년 간 폭발적인 경영성과를 이뤘지만 최근 팬데믹의 영향력이 축소된 탓에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동성 긴축, 북클로징 등으로 최근 기관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공모규모가 큰 점도 부담 요소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노트는 지난 8~9일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를 9,000원으로 확정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수요예측에는 237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경쟁률이 3.29대 1에 그쳤다.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8000~2만2000원으로 제시한 가운데 대부분의 주문이 밴드 하단 미만에 몰렸다. 바이오노트는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9000원으로 결정했으며, 총 공모주식 수를 20%로 줄인 1040만주로 확정했다. 여기에 구주매출도 기존 260만주에서 208만주로 20% 줄였다.
상장주관사 관계자는 “침체된 IPO 시장환경을 고려했을 때 선방한 결과다. 바이오노트의 2022년 3분기말 현금보유액은 7,000억원을 상회하고 최근 3개년 동물진단 사업 CAGR이 33%에 이르는 등 우량한 재무구조와 경영실적 측면에서 이번 공모가는 매력도가 높아 저가 매수 기회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COVID-19관련 매출이 일부 감소하더라도 동물진단부문 신규 제품 출시 및 미국시장 진출 가속화로 수년간 큰 폭의 매출성장이 기대되며, 메리디안과의 체외진단 항원항체 원료사업 시너지도 극대화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노트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것은 여러가지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실적 정점론이 제기됐다. 실제 2020년을 정점으로 실적이 차츰 축소되고 있다. 강력한 팬데믹 수혜로 지난 2019년 4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631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99억원에서 5580억원으로 점프했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지난해부터 실적이 조금씩 꺾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6224억원에 영업이익 4700억원을 거뒀다. 올해 3분기에는 누적 매출액 4569억원에 영업이익 30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2%와 27.7% 꺾였다. 예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성과지만 추세적으로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는 점은 좋지 못한 시그널로 인식됐다. 코로나 관련 제품 매출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탓이다. 2020년 관련 매출은 92.8%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86%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높다.
다만 바이오노트도 시장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요점은 동물용 진단분야의 경우 강점을 가진 면역진단 외에도 임상화학 진단, 분자진단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가해 동물 진단의 커버리지 영역을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소형 병원부터 커머셜 랩까지 제품을 공급해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매출을 빠르게 확대시킨다는 구상이다. 실제 성과도 없지 않았다. 3분기 동물진단시장 분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늘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바이오콘텐츠 부분도 코로나 이외 제품의 매출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WHO 인증 제품인 에이즈 진단, 말라리아 진단, C형 간염 진단 등의 글로벌 입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독감과 코로나를 동시 진단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관계사인 SD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미국의 메리디안과의 사업 시너지를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공격적인 글로벌 M&A도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노트는 당초 공모금액 2340억~2860억원을 제시했다. 딜에 성공했을 경우 LG에너지솔루션(1조2750억원), 더블유씨피(4320억원)에 이어 공모규모가 3위다. 통상 대어급 IPO는 시장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고강도 긴축에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의 IPO딜 중 공모흥행에 성공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성일하이텍 2곳에 불과하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제이오 등 다수의 기업이 수요예측 후 공모를 철회했고, 상장에 성공한 쏘카, 수산인더스트리, 더블유씨피 등은 공모성적이 부진했다.
구주매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당초 총 공모주식 수의 20%인 260만주를 재무적 투자자인 벤처금융 3곳이 처분하기로 했다. 대신 상장직후 유통물량이 12.24%에 불과한 이점도 있었으나 시장은 구주매출 여부에 좋지 못한 시선을 보냈다. 수요예측 후에도 구주매출은 20%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총 공모주식 수를 20% 줄이면서 구주매출 주식 수도 260만주에서 208만주로 축소됐고, 유통가능 물량도 기존 12.24%에서 10.45%로 줄었다. 유통비율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바이오노트는 그간 실적호조로 7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상장의 주요 목적은 자금확보 보다도 글로벌 영업망 확대 등에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 지위를 바탕으로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려 글로벌 M&A를 성사시키고, 인재확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상장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는 신규 비즈니스 및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조병기 바이오노트 대표이사는 “2022년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히는 바이오노트의 IPO를 성공적으로 완주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며 “상장 후 높아진 브랜드, 대외신인도, 우수 인재 영입 등을 기반으로 이미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을 더욱 가속화해 성장의 결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오노트는 오는 13~14일 청약을 거쳐 이달 22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주관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으며, 인수회사로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