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스피 상장에 도전했던 SK쉴더스가 상장을 공식 철회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고평가 논란이 겹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성적표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이버보안과 물리보안 역량을 내재화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성장성이 높은 비물리보안 분야 매출비중 확대와 글로벌시장 진출 본격화 등의 성장전략을 제시했지만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결국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SK쉴더스의 수요예측은 다소 불확실할 수 있는 미래보다는 확실한 펀더멘털에 베팅하는 현재 IPO시장의 분위기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풀이된다. SK쉴더스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 주관회사 및 공동 주관회사의 동의 아래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당초 SK쉴더스는 코스피 상장을 위해 총 2710만2084주를 공모했다. 공모가 밴드(3만1000~3만8800원)를 기준으로 한 예상 시가총액은 2.8조~3.5조원 수준으로 공모에 성공했다면 보안업계 대장주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3~4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200대 1 수준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모가를 하단 밑으로 낮춰 공모를 강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상장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SK쉴더스가 투심을 잡지 못한 것은 금리인상 및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증시를 흔들고 있는 것과 함께 이번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몸값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 국내 1위업체 SK인포섹이 ADT캡스를 합병해 탄생했다. 지난해 매출 1조5497억원에 영업이익 1219억원을 냈는데, 경쟁사로 꼽히는 물리보안업체 에스원 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낮은데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으로 상장 시가총액을 1조원가량 높게 잡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에스원은 지난해 매출 2조3125억원에 영업이익 1797억원을 냈다.
이에 대해 SK쉴더스는 사회적으로 니즈가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보안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과 물리보안과 사이버보안을 내재화 해 성장성이 높은 융합보안사업 분야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 안전 및 케어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밸런스가 잘 갖춰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점 등을 들어 물리보안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에스원과 일대일 비교는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에서 물리보안의 매출비중이 60%가량을 차지하면서 여전히 높은 탓에 시장의 설득을 얻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SK쉴더스는 이번 수요예측을 통해 성장성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이버보안과 융합보안, 안전 및 케어 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16.4%의 90.1%, 68.2%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오는 2025년까지 비물리보안 매출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쉴더스는 “이번 IPO 과정에서 대다수 기관투자자로부터 SK쉴더스의 펀더멘털(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다만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으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등 회사의 성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SK쉴더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SK쉴더스 상장철회 소식에 모기업인 SK스퀘어의 주가는 최저가를 기록했다. 오전 9시 40분에는 전일 대비 4.95% 하락한 4만8000원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는 투자형 지주회사로 SK쉴더스의 지분 63.13%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