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올해 이커머스 IPO 1호 기업에 도전한다. 특히 올해 새벽배송 대표주자들이 모두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첫 타자로 출격하는 컬리는 이들에 대한 투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더욱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따르면 컬리가 이날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번 예심청구는 주관사단을 꾸린지 5개월여만이다. 회사는 지난 10월말 IPO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을 선정한 바 있다.
#3분기 상장 관측...K-유니콘 1호 기업 노려=컬리는 한국거래소가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국내 증시로 유입시키기 위해 지난해 추진한 'K-유니콘 상장 활성화 방안'에 따른 심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예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면 상장시기는 3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한 K유니콘 1호 기업이 된다. 컬리는 1월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반기 상장을 노렸지만 거래소가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로 인한 경영권 안정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미뤄졌다.
#작년 매출 1조5614억원까지 성장...공격적 투자에 영업적자도 커져=컬리는 2014년 12월 설립된 온라인 식료품 판매업체다. 설립 이듬해 샛별배송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으며, 콜드체인 배송시스템∙맞춤형 상품 큐레이션 전략 등을 기반으로 누적 가입자 수 10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2015년 30억원에 못미쳤던 매출은 2018년 1571억원 수준까지 올라갔고 이후 2020년에는 953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5614억원 수준까지 성장하고, 거래액도 2조원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탓에 영업손실 규모가 2018년 337억원,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 지난해 2177억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자금수혈 필요성도 매우 커지고 있다.
컬리는 매출성장세 등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자금조달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투자유치는 10차례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을 주주로 확보했다. 특히 트위터 등에 투자한 DTS글로벌, 토스에 등에 투자한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 텐센트 등에 투자한 힐하우스 캐피탈 등이 투자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컬리는 더욱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율 '리스크'...재무적투자자 우호지분으로 확보=다만 잦은 투자유치로 인해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낮아진 점이 문제다. 김 대표의 지분은 지난 2020년말 6.67%까지 낮아졌고, 이후 추가적인 투자유치로 지분율이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장 이후 경영권 안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거래소는 사전협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재무적 투자자들과 협의해 20% 정도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상장 후 이들의 지분에 1년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설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7조원 수준을 거론하기도 한다. 식품 업계 온라인 침투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컬리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컬리는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 말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면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7월 시리즈 F 펀드라운드에서 2254억원을 투자 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만에 기업가치가 60% 뛰어오른 것이다. 그보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에는 200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이었다.
투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IT인프라 및 물류투자 확대, 서비스 권역 확장 등에 투입되고 있다. 샛별배송 서비스는 CJ대한통운과 전략적 협약을 맺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 충청권, 대구까지 서비스 확장이 이어졌으며, 추가적으로 부산∙울산∙경남권, 호남권까지 확장을 추진 중이다.
#비식품 카테고리∙오픈마켓 서비스 등 덩치 키우기=뿐만 아니라 컬리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뷰티, 가전 등 비식품 카테고리 확장과 오픈마켓 서비스, 자체결제 시스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에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 페이봇을 인수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프마켓 서비스가 매출성장을 가속화할 수는 있지만 상품의 질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마켓컬리의 강점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컬리는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해 온 상품 검증 프로세스 노하우를 오픈마켓 서비스에도 도입해 기존 오픈마켓과는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더스탁에 "컬리는 식품 거래액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전체 거래액 규모는 다른 이커머스 대비 작은 편이다. 따라서 광고, 오픈마켓, 유료 멤버십 서비스로의 확대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거나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보기 채널은 소비자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채널이기 때문에 식품 중심의 킬러 카테고리 플레이어로서의 포지셔닝이 확고해진다면 추가적인 확장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도 올해 상장이 점쳐진다. SSG닷컴은 미래에셋과 씨티은행을 대표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제이피모간체이스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에 앞서 오아시스마켓은 컬리와 동일하게 NH투자증권 및 한국투자증권과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