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IPO(기업공개) 재도전에 나선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가치(밸류)를 직전과 비교해 1조원 이상 크게 낮추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액 역시 상당히 줄였다. 시장 눈높이를 수용한 것으로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발행사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할 공모 밸류를 첫 도전 당시 밸류인 2조7580억~3조6168억원보다 1조원 가량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서울보증보험은 이달 2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통보를 받았다.
첫 도전 당시엔 국내현실과 동떨어진 멀티플이 투심에 저항을 줬었다. 서울보증보험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밸류평가방법으로 택했고 피어그룹 평균치를 0.95배로 제시했다. 그런데 해당 평균치는 PBR이 높은 해외기업 두 곳을 포함시킨 값이었다.
국내 피어그룹은 삼성화재해상보험(PBR 0.67배)과 DB손해보험(0.48배)으로 0.5배 내외였다. 나머지 피어인 프랑스 코페이스(Coface, 0.97배)와 미국 트라벨라(Travelers, 1.68배)가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이를 근거로 구한 평가밸류가 4조5560억원이었는데 2023년 상반기말 자본총계(4조8157억원)에 PBR 0.95배를 곱한 값이었다. 공모 밸류 기준 PBR은 0.57배~0.75배였다. 할인된 멀티플도 국내 피어그룹 두 곳의 평균치(0.57배) 이상이었다.
재도전 밸류 기준 PBR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밸류는 직전대비 줄어든 반면 자본총계는 늘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4조9707억원으로 첫 도전당시인 2023년 상반기 말(4조8157억원)보다 1550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밸류를 낮추면서 공모액 역시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첫 도전 당시엔 상장예정주식수(6982만1598주)의 10%인 698만2160주를 공모했다. 공모액이 2758억~3617억원이었다. 공모주식은 100% 구주매출로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보유분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지분율이 93.85%였고 구주매출 이후 83.85%로 낮아지는 구조였다.
재도전 때에도 △100% 구주매출 비중과 △구주매출 주식수(전체의 10%) 등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에 앞서 IPO 성사 자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서울보증보험은 1969년 설립 후 서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금융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다. 각종 이행보증 이외에 신원보증과 휴대전화 할부보증, 중금리 대출보증,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로 산업환경 악화와 함께 서울보증보험 사정도 어려워졌다. 이에 예금보험공사가 2001년까지 총 10조2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IPO는 예금보험공사의 중장기적인 공적자금회수 계획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첫 도전이 불발된 것이 오히려 공적자금회수를 늦춘 탓에 재도전 때엔 전략을 과감히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보증보험은 IPO 구주매출을 기점으로 상장한 이후엔 2~3년간 소수지분을 블록딜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소수지분 매각 완료 후엔 경영권(50%+1주 이상) 지분매각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