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MBK파트너스는 올해 중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참여하려던 것이 무산된 바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 M&A(인수합병) 관할당국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MBK파트너스를 부담스러워 했던 탓이다. MBK파트너스 주요주주, 창업주, 대표가 모두 외국인이었던 것에 기인한다. 항공사업법은 국가기간산업에 외국인이 진입하는 것을 규제한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M&A 시도에 대해서도 관할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비슷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본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이라 외국인이 M&A를 진행할 경우 산업부 장관이 미리 승인을 내줘야 한다. 그런데 이미 국토부가 MBK파트너스를 외국인이나 외국인에 가깝게 해석한 선례가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저가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는 올 6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했다. 컨소시엄엔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SS) 2호 펀드와 룩셈부르크 화물항공사 카고룩스, 메리츠증권 등이 참여하기로 했고,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인수의향서(LOI)를 매각 주관사인 UBS에 제출했었다.
당시 MBK파트너스 SS 2호 펀드는 전환사채(CB)로 3000억원을 컨소시엄에 조달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컨소시엄이 해체되고 말았다. 에어프레미아는 해당 딜을 위해 국토부와 수차례 미팅을 가지며 자금조달과 주주구성에 대해 논의했는데 국토부가 외국인 참여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고룩스를 시작으로 MBK파트너스도 결국 딜을 포기했다.
당시 국토부는 MBK파트너스에 대해선 주요 주주와 대표가 외국인 점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는 미국인인 김병주 회장이 지분 17%, 미국 사모펀드 다이얼캐피탈이 16.2%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약 33%다.
법인 대표자가 외국인이었던 것도 이유다. 유한회사인 MBK파트너스는 윤종하 부회장과 부재훈 부회장 등 두 명의 대표업무집행자를 선임하고 있는데 주식회사로 치면 대표이사다. 이중 부재훈 부회장이 미국인이다. 부재훈 부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 설립 때부터 함께한 인물로 김병주 회장 인척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재훈 부회장은 MBK파트너스 SS 2호 펀드 대표직도 당시 맡고 있었다.
이에 MBK파트너스를 참여시키면 항공법 규제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 항공사업법 제54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등기사항증명서상 임원수의 2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에 해당하는 자는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아야 여객이나 화물운송 사업을 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부재훈 부회장이 대표업무집행자인데다 펀드 대표까지 맡고 있어 관련법에 직접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MBK파트너스의 모든 최종 의사결정권도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이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회사로 해석될 수 있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체는 아니지만 비슷한 보호를 받고 있다. 올 11월 18일 고려아연의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 산업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됐다. 덕분에 외국인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산업부 장관 승인을 사전에 받아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가 무산된 것은 정부가 외국인의 국가기간산업 인수 시도를 막은 최근 사례”라며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도 역시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관할당국인 산업부가 어떻게 유권해석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