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서울보증보험이 두 번째 시도하는 기업공개(IPO)에서 강도 높은 투자 유인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 밸류(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 낮추는 것(관련기사)과 더불어 △배당성향 상향과 △대주주(예금보험공사, 예보) 보호예수 기간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첫 번째 도전 당시 투심을 제한했던 요인들인데 모두 제거하는 셈이다.
◇ 50%대 배당성향 더 높인다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배당성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첫 도전인 2023년 10월 기관투자자 대상 IR(기업설명)에서도 어필했던 내용이긴 한데 당시는 미래 계획에 대한 설명이었다. 현재 50% 수준인 배당성향을 중장기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향시기와 상승률 등을 구체화하진 않았다.
이번 재도전에선 증권신고서에 배당성향 상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배당을 확대해 투자자들 기대수익률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최대주주(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배당은 첫 도전 당시에도 최대 매력으로 부각됐었다.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유일의 보증보험사로 성장성보다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배당이 매력적인 발행사였다.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인 채무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채권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험사가 인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손해보험이다.
보증을 보험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자는 서울보증보험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서민과 중소기업에게 특히 중요한 포용금융 성격이 있어 정부가 서울보증보험에 독점적 지위를 허용해 줬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말 기준 보증잔액이 452조원에 이르고, 매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해 절반가량을 배당해 왔다.
2022년 별도기준 순이익은 5635억원이었고 배당액은 2826억원으로 배당성향이 50.2%였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1년간 연평균 배당액은 2297억원, 평균 배당성향은 53.9%에 달한다.
그런데 첫 도전 당시엔 이 같은 매력이 대외 악재로 희석됐다. 공모를 진행하던 시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대를 초과하는 등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며 배당주에 대한 매력을 약화시켰다. 고금리지속은 서울보증보험이 보험금으로 운용중인 채권투자에 대한 평가손실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반면 이번 재도전에선 고배당이 부각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9월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는 이벤트가 있었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이었다. 이어 한국은행도 이달 11일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배당주에 대한 매력이 살아나는 환경이 됐는데 서울보증보험이 ‘배당성향 확대’ 카드까지 쓸 경우 투심에 쇄기를 박을 수 있다. 배당수익률은 2023년 공모 당시 희망밴드 하단가격(3만9500원)과 2022년 주당 배당금(4050원) 기준으로 10.3%가 된다. 재도전으로 공모가는 낮아지고 주당 배당금은 높아질 수 있다.
◇ 예금보험공사 오버행 우려 차단, 보호예수 기간 확대
첫 도전 당시 기관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리스크 중 하나는 대주주발 오버행(대규모 매각대기물량 출회)이었다. 구조적으로 오버행 우려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대주주인 예보가 종국엔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전부 팔아야 하는 공적자금회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IPO도 회수의 일환이다.
서울보증보험은 1998년 외환위기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예보가 그해부터 2001년까지 총 10조2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예보는 배당과 우선주 상환 등으로 현재까지 4조6138억원을 회수했다.
IPO는 2022년 7월 예보와 금융위원회의 공자위가 ‘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하며 추진하게 됐다. △2023년 상반기 IPO로 구주매출 △ 상장 후 2~3년간 소수지분 블록딜 매각 △ 50%+1주 경영권 지분 매각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첫 도전 당시 예보는 IPO로 구주매출을 한 뒤 보유하게 되는 잔여지분(83.85%)에 대해 보호예수를 의무기간인 6개월만 걸었다. 공모주주 입장에선 상장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오버행 우려가 주기적으로 따라 붙는 공모주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투자수요를 사실상 배제한 셈이다.
이에 예보는 재도전에선 보호예수 기간을 자발적으로 더욱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걸더라도 오버행 리스크는 피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서울보증보험이 투자유인책들을 확정할 경우 딜이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추진 중인 내용들이 과감한 수준이라 무난히 밴드 내에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홍보실측은 “(투자유인책에 대해) 전해들은 바는 없고 향후 공자위 의결을 통해 증권신고서 제출과 상장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