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 수요예측에 나선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이하 오픈엣지)가 공모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밴드 하단을 한참 밑도는 가격에 공모가를 결정했는데, 공모주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고평가 논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오픈엣지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1만5000~1만8000원) 하단 가격보다 33% 낮은 가격이다. 여기에 공모주식 수도 당초 예정의 93% 수준인 338만5000주로 줄였다. 증권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모주식 수는 수요예측 후에 당초 예정주식 수의 80~120% 사이에서 변경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모규모도 338억원가량으로 축소됐다. 오픈엣지는 수요예측 전 밴드하단 기준으로 545억원의 공모규모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수요예측은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7~8일 진행됐다. 322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경쟁률은 44.25대 1에 그쳤다. 총 신청수량의 19%가량이 1만8000원 이상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1만5000원 이하에 80%가량의 주문이 몰렸다. 다만 의무보유확약 신청비율은 15.8%로 공모성적 대비 나쁘지 않았다. 기간별로는 1개월 확약비중이 높았다.
저조한 공모성적의 배경에는 비교기업 선정과 함께 밸류 고평가 논란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엣지는 이번 기업가치 및 공모가 산출을 위해 비교기업으로 미국의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와 시놉시스(Synopsiys), 대만의 M31 테크놀로지(M31 Technology Corporation)를 잡았다. 이들 기업의 최근 12개월 순이익을 기준으로 도출한 평균 PER은 38.52배다.
오픈엣지의 경우 2024년 및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각각 141억원과 265억원으로 가정한 후 비교기업의 평균 PER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구했고, 여기에 21.1~34.1%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밴드(1만5000~1만8000원)를 산출했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상장 밸류는 3126억~3751억원이다.
오픈엣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IP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회사다. AI 반도체 칩 설계에 필요한 핵심기능 블록을 선행 개발해 팹리스업체나 디자인하우스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34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최근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상반기 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70억원 수준으로 아직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실적규모 면에서 차이가 매우 큰 기업들이 비교대상으로 제시됨에 따라 고평가 논란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엣지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70억원에 불과한데 3000억원대 시가총액은 과도하다는 시각이다. 이번에 수요예측 후 확정 공모가 및 상장예정주식 수 기준 시가총액은 2087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과 반도체 IP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투자할 만하다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회사가 주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자원이 제약된 엣지 환경에서 NPU(신경망 연산장치)와 메모리 시스템 최적화가 필수인데, 오픈엣지는 글로벌시장에서 유일하게 이를 통합한 IP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많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반도체 설계 IP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서버 및 저장장치, IoT(사물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 드론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글로벌 반도체 IP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CAGR) 16.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의 적극적인 베팅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의 눈높이와 괴리가 큰 것은 유동성이 경색되면서 최근 많은 기관들이 투자기조의 중심에 안전전략을 두고 있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엣지는 이번 공모를 통해 305억원가량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연구개발과 타법인취득에 사용될 계획이다. 타법인 취득과 관련해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제품 라인업 및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는 기업이나 유망 시스템반도체 IP 파이프라인 인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약은 15~16일 진행되며, 삼성증권에서 할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22만주(6.50%)가 우선 배정됐고,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는 각각 231만8750주(68.50%)와 84만6250주(25%)가 할당됐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최소청약 주수는 10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