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이 전기차가 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의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되면서 미국 전기차 비중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투자기업 골드만삭스는 미국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5년 60%, 2040년에는 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2035년에는 3,063GWh(기가와트시), 2040년은 4,628GWh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1회 충전후 주행거리는 외기 온도에 따라 다른데, 보급형 전기차의 경우 200km~300km, 고급형 롱레인지의 경우에는 400~500km 수준이다. 지난 2010년부터 가솔린, 경유차의 연비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1회 급유로 1,000km 이상을 달리는 자동차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비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아직까지 내연기관 승용차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려면,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한창이다. 니켈 비중이 높은 배터리를 하이니켈 배터리라고 하는데 주행거리 확대는 물론 가격인하 요인도 있어 가성비 높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 받고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가 상용화 되면 1회 충전으로 600~7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하이니켈 배터리 관련 국내 주요 기업을 꼽으라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그리고 엘앤에프 등을 언급한다. 엘앤에프는 교보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주목하고 있으며 에코프로비엠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하여 국내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커버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IBK 등 다수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연매출 9조 매출 기대되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3년간 1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용량 기준 200GWh, 차량 대수 기준으로는 300만대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2월에도 SK이노베이션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2.7조원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 정원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고객사 수요 증가분을 반영하면 2025년 양극재 생산 총량은 미국 공장을 제외하고 약 29만톤, 예상 매출은 8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규 공급계약이 급증하면서 2025년 매출 규모는 9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상장된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양극재 부문 글로벌 톱티어 기업이다. 지난해 8,54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반기 매출은 5,736억원으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이 1조3,87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양극재 핵심 파트너로 NCA, NCM 같은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 판매한다. 최근 체결된 SK이노베이션과 10.11조원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NCM) 계약은 매출액 대비 1,182.19% 규모에 이른다. 이번 계약을 위해 에코프로비엠은 내년까지 총 7만톤의 NCM 생산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안타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더스탁에 “2024년 이후 급증할 공급량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며 “’2025년 기준 동사의 전체 Capa 가이던스는 기존 29만톤에서 32만톤으로 상향조정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시장관심은 지난 8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될 정도로 크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올 한해에만 2.6배 상승했다.
3,000억 투입 '하이니켈 플랫폼' 구축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3,000여억을 투입해 광양 공장에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 준공될 하이니켈 광양 공장은 연산 3만톤 규모의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비롯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중국 합작공장에도 2,810억원을 투입해 2023년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도 법인 설립을 계획중에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하이니켈 전략은 플랫폼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모델별로 맞춤형 소재를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하이니켈 양극재 플랫폼' 개발을 추진중이다. 2018년 율촌산업단지에서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을 추진해 온 포스코케미칼은 니켈비중 확대와 코발트 프리 양극재 등도 개발중에 있다. 플랫폼과 국내외 양산공장이 결합되면 포스코케미칼의 하이니켈 지배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증권 김용호 연구원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판매량 증가와 함께 수직계열화와 대량생산화를 통해 원가도 절감되고 있어 포스코케미칼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2023년까지 캐퍼 증설과 이를 통한 수익성 강화로 장기적 관점에서 2025년 캐파 로드맵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양극재 1위 기업 에코프리비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포스코케미칼의 올해 매출을 2조원에 육박하는 1조9,541억원 2022년과 2023년 매출을 각각 2조7,686억원과 3조7,635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1971년 포스코 계열사로 설립된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ESS에서 EV로 변신 [엘앤에프]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 18만톤
2000년 7월 설립 3년여 만인 2003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엘앤에프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양극재 생산기업이다. 최근 엘앤에프는 전기차(EV) 양극재 사업에 주력하면서 변신을 준비중이다. 올해 2.8만톤 규모의 EV용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 하이니켈 생산 능력을 18만톤 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DB금융투자 정재헌 애널리스트는 더스탁에 "엘앤에프의 올해
매출은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힘입어 1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기대되며 2023년에는 매출 3.6조원에 영업이익률이 3% 대에서 6.8%까지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KB증권 이창민 연구원은 “엘앤에프의 2020~2030년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이 38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SK이노베이션의 하이니켈 양극재의 메인 공급사다.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1조 2,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테슬라와는 지난 6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하이니켈의 안전성 문제를 알루미늄으로 해결한 니켈 비중 90% 하이니켈 NCMA 양극재를 개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엘앤에프가 테슬라에 공급하는 양극재도 NCMA다.
하이니켈 양극재의 고온안전성과 수명 특성 개선을 위해 엘앤에프는 알루미늄을 첨가하는 4원계 양극재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알루미늄 4원계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에코프로비엠은 비공개 메탈을 첨가한 NCMX 양극재를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