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Nickel)이 세상에 빛을 보기 전에는 독일어로 쿠페르니켈(Kupfer nickel), '악마의 구리'라고 불렸다. 니켈 광석인 '홍비니켈석'은 구리 광석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리 추출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독일 광부들은 깊은 광산에 사는 산도깨비 악마 닉(Nick alt)가 구리 추출이 안되도록 저주를 걸었다는 뜻으로 니켈을 '악마의 구리'라고 불렸다. 이후, 니켈은 1751년 스웨덴 광물학자 A.F.크론스테드 남작이 독일에서 가져온 광물 표본에서 니켈을 분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니켈은 크롬에 합금해 스테인레스강을 만드는데 쓰이거나 부식 방지용 도금에 많이 쓰였다. 그러던 니켈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면서 귀하신 몸이 되었다.
# 니켈 수요 늘며 가격급등 = 런던금속거래소(LME)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톤당 1만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니켈은 지난 달 2만불 가량까지 상승하면서 불과 4년 사이에 2배 가량 올랐다. 니켈 가격 상승은 수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수천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8년 배터리 양극재에 니켈이 사용되면서 니켈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40만t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원광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은 황화광 니켈로, 대부분 러시아와 캐나다 등 일부 지역에만 매장돼 있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현재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연평균 14%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며 “글로벌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5년 약 30만 톤, 2030년 약 6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니켈 수요가 향후 2배 가량 높아진다면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월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이 3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배터리용 니켈 수요 폭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니켈 부산물까지 재사용 노력 = 올해 3월 니켈 값이 이틀간 16% 폭락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는 중국 칭산철강이 니켈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순도가 높지 않은 부산물인 니켈매트를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로 가공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이 같은 기술이 현실화 될 경우 배터리용 니켈 부족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니켈매트는 니켈을 제련해 만드는 중간생산물로 니켈 함량은 70~75%다. 순도가 높지 않아 배터리 원료로는 부적합했지만, 칭산철강이 이를 '배터리급 니켈'로 가공할 수 있다고 한 것.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칭산철강의 신기술에 대해 탄소 배출량이 최대 4배나 높아 세계적인 저탄소 기조에 역행하는 기술로 전기차 업체들이 채용을 주저할 것이며 충분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지 의문이 있다라는 반응이다.
한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니켈 가격은 지난 3월 16,461원까지 급락후 회복돼 현재 톤당 18,9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하이니켈(Hign Nikel) =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하이니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이니켈배터리는 니켈 비중 80% 이상인 배터리를 말한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니켈의 시장 지배력은 2020년 8.4%에서 2030년 34.8%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의 네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양극(+/-)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전자의 수가 달라지고,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도 결정된다. 또한 결합되는 금속에 따라 특성도 다르다. 니켈(Ni)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망간(Mn)과 코발트(Co)는 안정성, 알루미늄(Al)은 출력 특성 등을 향상시킨다.
니켈 비중이 높으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또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더 가볍고 더 작게 만들 수도 있다. 가격이 비싼 코발트의 함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좋다. 하지만 니켈함량이 높을수록 많은 리튬이 음극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합성, 수분 제어 등 난이도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 삼성, LG, SK 등 K-하이니켈의 질주 ... 주행거리 최대 700km = 하이니켈은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SDI는 2016년 니켈 함량 80% 이상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세계 최촐 개발해 2018년부터 생산 중이다. 삼성SDI는 BMW에 니켈 함량 88%의 젠5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젠5는 1회 충전시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LG화학은 니켈 함량 70% 배터리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니켈비중을 8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함량 90% 이상의 배터리를 미국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대 주행거리가 기존 전기차의 2배에 이르는 700km까지 늘어난다.
또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조재필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 교수는 코발트함량은 1% 미만으로 줄이고 니켈함량 98%의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니켈함량 94%를 넘어선 세계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상용화 직전 수준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