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고요한 해면. 위장의 귀재가 조용히 낚시대를 드리운다. 검은색부터 흰색, 붉은색, 주황색, 회색, 노랑색, 초록색까지 주변 색에 그대로 녹아드는 탓에 색깔로는 선뜻 존재를 구분하기 힘든 '씬벵이(학명: Sargassum fish)'다.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씬벵이는 색깔뿐 아니라 피부와 몸의 형태까지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어 '위장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 주변 환경의 질감과 색을 똑같이 구현하는 씬벵이의 위장술은 높은 주의력을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그 모습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
씬벵이의 뛰어난 위장 능력은 느린 움직임을 보완하는 생존능력이다. 씬벵이의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사람 손 모양처럼 변형돼 있는데, 이 탓에 헤엄을 치는 대신 바다 속 돌이나 모래 위를 기어다니며 움직인다. 개구리 앞다리를 닮은 지느러미 탓에 프로그 피쉬(Frog fish)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남아 있는 꼬리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아가미에서 물을 내뿜을 때 생기는 추진력으로 조금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별로 효율적이진 않다. 결국, 민첩하지 못한 씬벵이는 살아남기 위해 주변환경의 색과 질감을 표현해 몸을 숨기는 화려한 위장술을 발달시켰다.
동작이 느린 특성상 씬벵이는 '낚시'와 같은 독특한 사냥법으로 먹잇감을 사냥한다. 낚싯대 역할을 하는 씬벵이의 등지느러미는 길고 가늘게 솟아 있다. 이들은 등 지느러미를 낚싯대처럼 앞으로 내밀어 먹잇감이 근처에 올 때까지 기다린다. 먹이가 가까이 접근하면 낚시꾼들이 챔질을 하듯 입을 벌려 먹이를 순식간에 빨아들이는데, 주로 물고기와 갑각류가 사냥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출현하는 씬벵이는 빨간씬벵이와 노랑씬벵이다. 주로 남해와 제주도 연안 암초 지대에 살고있는 이들은 빨간씬벵이의 경우 10cm, 노란씬벵이는 25cm 전후로 발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