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금융시장의 성격이 바뀌며 변동성 구간에 들어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주가지수의 상승은 멈췄고 섹터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와 금리 모두 고점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간적으로는 10월까지는 변동성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겠습니다. 8월의 신용등급 하락과 휴가철, 9월의 경제지표와 예산안 협상, 10월의 3분기 기업 실적시즌까지 확인해야 할 이벤트들이 많은데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조정 폭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증시는 버블까지는 아니나 높아진 금리 대비 주식의 투자매력이 워낙 낮으니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술주 위주로 가격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면 5.5%의 금리를 주는 단기채권의 매력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내년 이익 기준 P/E가 9.8배 수준으로 비싸지는 않아 박스권 내의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경기 측면에서 미국은 아직 괜찮지만 고용, 소비 등 여러 부문에서 모멘텀 둔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Fitch의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방만한 재정지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유럽과 중국 경기는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회복 기미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은 경기부양 정책을 시작했고 중국 관광객 입국 증가, 미중 양국간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상반기의 쏠림은 빠르게 되돌려지고 있습니다. 미 증시에서는 지난 해 디펜시브 스타일이, 올 상반기에는 씨클리컬 스타일이 강세를 보였는데 8월 이후 다시 디펜시브 스타일의 우위, 특히 그 중에서도 헬스케어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 인터넷 섹터가 최근 많이 급등해 단기적으로 가격부담은 있어보이나 방향은 맞다고 판단합니다. 반면 기존 주도주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의심스럽습니다. 퀄컴, 애플 등이 IT 디바이스 판매 부진을 경고하고 미국 기술주가 조정받는 국면에서 반도체가 랠리하기는 어려우며, 이후에는 미국 재정지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될 수 있어 조선/기계 등 산업재에 대해서도 주의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됩니다.
최근 홍콩 부동산, 미국 지역은행과 상업부동산 등 크레딧 리스크 문제가 다시 부각되기 시작하고 경기모멘텀도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소형주에 대한 접근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크레딧 스프레드 반등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일부 과열 업종에서는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는 반면, GS리테일, 아모레퍼시픽처럼 지금껏 소외되었다가 꾸준히 올라오는 종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더 좋은 것, 더 많이 오를 것을 따져가면서 샀다면, 이제부터는 덜 안좋은 것, 비어 있었던 것이 나은 국면이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큰 틀에서 지금의 변동성 구간은 하반기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높은 기대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10월 즈음까지는 변동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의하며 섹터 로테이션으로 대응하되, 미국 경기가 크게 하강하지 않으면 또 주식하기 편해질 때가 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희망은 버리지 말되 눈높이는 낮춰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