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내달 3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삼기이브이가 공모가를 1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범위 하단을 20%가량 밑도는 가격이다.
삼기이브이는 밴드기준 500억원 안팎의 공모를 계획했지만 확정기준 공모규모는 391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공모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딜의 부진이 지난해에 이어 연초에도 지속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번 공모에 구주매출이 40% 껴 있는 점도 부담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삼기이브이는 지난 17~1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1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1만3800~1만6500원) 하단보다 20.3% 낮은 가격에 해당한다.
수요예측에는 807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경쟁률이 37.51대 1을 기록했다. 신청수량 기준 희망범위 최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낸 물량이 38.2%(가격 미제시 10.8% 포함)로 집계된 반면 희망범위 하단에 미달하는 가격을 제시한 물량은 그 2배에 달했다. 아울러 신청건수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주문이 희망밴드 하단 가격인 1만3800원 미만에 몰렸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은 0.45%에 그쳤다.
지난해 IPO시장의 흥행공식은 공모규모 300억원 미만의 소부장이었다 할 수 있다. 올해 연초에도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은 여전히 위축된 투심과 마주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월 증시에 입성한 반도체 특수가스 기업 티이엠씨도 704억~836억원의 공모금액을 목표로 했다가 수요예측 후 공모금액을 504억원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유동성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은 과도한 구주매출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기이브이는 이번에 355만2,037주를 공모했는데, 이 중 40%인 142만815주를 구주매출로 구성했다. 구주는 모회사인 삼기가 내놓은 것이다. 삼기는 IRA에 대비한 미국시장 진출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구주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삼기이브이도 삼기와 함께 동반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어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약은 오는 25~26일 대신증권에서 할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은 없으며, 기관투자자에는 75%(266만4027주)가, 개인투자자에는 25%(88만8010주)가 각각 배정됐다.
삼기이브이는 1978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기업 삼기(구 삼기오토모티브)의 배터리 부품사업부가 분사해 지난 2020년 설립됐다. 분사 전인 2016년부터 2차전지를 보호하는 부품인 엔드플레이트를 개발했으며, 2019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 내 엔드플레이트 점유율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엔드플레이트는 원통형을 제외하고 각형과 파우치형에 적용되며, 차량 한 대당 20~60개의 제품이 장착된다.
무엇보다 삼기이브이는 고진공 다이캐스팅이라는 독보적인 기술역량을 핵심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진공 공법은 진공상태에서 주조품에 열처리와 용접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난이도가 높다. 배터리의 안전부품이나 구조부품은 기계적 성질 강화나 배터리 내부의 효율적인 패키징 등을 위해 용접 공정이 필요한데, 고진공 공법을 통해 압도적인 수율을 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진법 공법은 모듈, 팩 등 2차전지 부품으로 적용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삼기이브이는 국내외 2차전지 메이커 및 완성차 기업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한편 전문적인 2차전지 R&D역량을 바탕으로 선행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현재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PHEV 하우징, 에너지밀도 향상 극대화 부품, 열폭주 안전성 강화 부품, 2차전지 냉각 부품 등이다. 무엇보다 신속한 북미시장 진출로 IRA 수혜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북미법인은 2025년 양산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에는 북미법인에서만 300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