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우주개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8월 25일 민간 우주 개발 업체 로켓랩(Rocket Lab. RKLB)이 벡터 사모펀드(Vector Acquisition) 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16.25% 급등해 장을 마쳐 시가총액 60억(한화 약 7조원) 달러를 넘겼다.
민간 우주개발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회장의 블루오리진 등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로켓랩의 상장은 영국이나 미국 기업이 아닌 뉴질랜드 민간 우주기업이 미국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든 이례적 사건이다.
# 1976년생 뉴질랜드 로켓맨 = 로켓랩은 2009년 뉴질랜드 출신 사업가 피터 벡(Peter Beck)이 뉴질랜드에서 창업한 민간 우주 개발 회사이다. 스페이스X(SpaceX)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나 버진 갤러틱(Vergin Galactic)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dson)과 같은 수십조원의 부호들과는 달리 피터 벡은 로켓과 우주에 빠져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그는 가전제품 회사의 수습공이었지만 일과 후에 회사 장비를 가지고 로켓 개발에 몰두한 의지의 스타트업 창업자다. 이같은 열정 덕에 정부 연구소에 입사해 본격적인 로켓 연구를 하게 되었다. 피터 벡은 뉴질랜드 유통재벌 스티븐 틴달(Stephen Tindall)을 만나 투자를 받아 2006년 로켓랩을 창업하게 된다. 2013년에는 미국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본사를 캘리포니아 롱비치로 옮겼다. 대부분의 기반과 시설은 뉴질랜드에 남겨뒀다.
# 뉴질랜드를 우주 개발 산업의 메카로 = 2006년에 설립된 로켓랩은 2009년 첫 로켓을 쏘아 올렸다. 민간이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도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200만kg(2000톤)에 육박하던 NASA의 인데버(Endeaver) 우주 왕복선과 무게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로켓랩의 첫 발사체 Atea-1의 무게는 60kg 불과했다는 것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나사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the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로켓랩의 고객이 되었다. 특히, 로켓랩은 자가 발사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스페이스X 조차도 나사의 캐너버럴(Canavaral) 캠프를 빌려쓴다.
더스탁이 뉴질랜드에서 논의된 '우주개발 법안 개혁안'에 따르면 로켓랩은 투자유치 이외에도 고부가가치 우주개발 산업의 유치와 관련 연구·개발, 교육 등을 연계하게 되면서 뉴질랜드 경제와 산업, 지역 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벡은 "로켓랩을 설립할 당시 뉴질랜드가 최적의 장소였다. 선박과 비행기 등의 통행량이 적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국가라는 점 때문이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2017년 뉴질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용이한 나라로 선정했고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7년 시행된 우주 공간 법안 개정안(Outer Space Law Reform)을 통해 뉴질랜드는 우주 산업 개발을 위한 틀이 마련됐다.
# 위성 띄우기 세계 2위 = 로켓랩은 민간 부문에서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 다음으로 가장 많은 위성을 궤도에 올린 회사다. 현재까지 21번의 발사 이력을 가지고 있고 105개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렸다. 이런 발사 이력 덕분에 로켓랩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스페이스X의 미래 경쟁자로 평가 받고 있다. 스페이스 X와 마찬가지로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 7월 우주관관을 위한 로켓을 쏘아 올렸지만, 준궤도 여행일 뿐이었다.
# 연간 600개 이상의 위성개발 ... 주가도 띄웠다 = 상장 직후 로켓랩 주가는 1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난 9월2일부터 이틀 연속 주가가 14% 이상 급등했다. 9월1일 로켓랩이 반작용 조절용바퀴(Reaction Wheel) 연산 2,000개 생산가능한 공장을 착공한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해 냈다. 반작용 조절바퀴는 인공위성의 회전운동을 저장해 인공위성의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부품이다. 로켓랩 회사측 관계자는 더스탁에 "소형 인공위성에는 보통 세 개 혹은 네 개의 반작용 조절바퀴가 장착되어 각 축을 제어한다(x축, y축, z축). 네 번째는 예비용으로 달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연간 2,000개의 반작용 조절바퀴는 연간 666개의 인공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로켓랩은 지난 5년간 약 105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위성 한 대당 네 개가 장착되는 부품을 연 2000개 이상 생산한다는 건 단순 계산하면 연간 500대 이상의 위성을 생산 발사 혹은 판매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적어도 현재보다 더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경쟁사들 발사체 폭발 ... 로켓랩 주목도 높아져 = 최근 주가 상승은 로켓랩 경쟁사의 악재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7월 상장된 아스트라 스페이스(ASTR)는 나스닥 상장 첫 우주개발 회사다. 이 회사의 발사체가 8월28일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우주개발 경쟁사인 로켓랩의 주목도가 급상승 했다. 아스트라 발사체는 발사대를 약 20초간 제대로 벗어나지 못 하고 옆으로 휘청이면서 2분 반 만에 폭발했다. 로켓랩의 또 다른 경쟁사인 비상장 기업 파이어플라이(Firefly)는 9월 2일 첫 궤도 발사체 ‘알파 로켓’이 초음속 진입을 못하고 폭발했다.
# 우주개발 불루칩 ... 적자 지속돼도 6,000억 가량 투자재원 보유 = 월가에서는 '우주개발 산업에 투자한다면 로캣랩이 가장 안전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켓랩은 이미 100개 이상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최근 중대형 위성을 적은 비용으로 쏘아 올리기 위한 뉴트론(Neutron)이라는 재사용 가능 발사체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자들을 상대로 한 우주 관광 사업이 돈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 부자들을 위한 우주관광이 본격화되는 2024년이 되면 로켓랩의 기업가치는 2024년 예상수익의 24배 규모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스탁이 확인한 로켓랩의 재무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2년간 3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확대되고 있는데 2019년 3000만 달러, 2020년에는 5,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19년 4,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500만 달러로 27% 가량 줄었다. 올해 반기 기준 로켓랩의 현굼 및 현금성 자산은 1억800만 달러(한화 약 1,249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당분간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스팩상장을 통해 조달된 투자자금만 무려 4억6,700만 달러(한화 약 5,403억원)나 되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 확대와 성장을 위한 투자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월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우주관광에 있어 최근 아스트라 스페이스와 파이어 플라이의 발사체 폭발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주가가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