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고 어려운 것보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내용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B급 감성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MZ세대는 디지털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랜드를 추구하며 무조건 유명한 것 보다는 다른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는 게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의 홍보 마케팅과 유튜브 콘텐츠에도 B급 감성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업계는 언어유희와 신조어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올여름 광고로 히트를 쳤다. 야놀자의 광고모델은 래퍼 사이먼 도미닉. 그의 대표곡인 《사이먼 도미닉》의 후렴구 가사인 “사이먼 도미닉”이 “쌓이면 돈이니”로 들리는 효과를 이용해 야놀자 방문만으로도 역대급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중독성 있는 광고를 내놨다.
빙그레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이름의 순정만화 속 왕자님 캐릭터가 등장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왕국’을 지키는 왕자라는 설정으로 SNS의 화자이자 빙그레의 ‘부캐(부캐릭터)’가 됐다. 빙그레우스 등장으로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 수는 5개월 만에 9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급증하며 식품업계 공식 SNS 계정 중 팔로어 수 1위를 기록했다.
보수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금융업계도 B급 감성 마케팅에 동참했다. 신한카드에서 내놓은 '소비마마'는 사극을 연상케하는 분위기로 배우 안효섭, 장영남, 조병규 등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소비관리의 중요성을 테마로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사극으로 재해석해 전달한 것이다. 이 소비마마 광고는 론칭 3개월만에 유튜브 조회수 1500만회를 넘어서며 고객들의 이목을 잡았다.
한편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B급 감성으로 컨셉을 잡고 자극성과 중독성이 강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는 국악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춤과 함께 'B급 감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전주, 부산에서 촬영한 시리즈 세 편의 누적 유튜브 조회수만 7500만회, 페이스북과 틱톡 등의 조회수를 포함하면 3억뷰에 달한다.
긱블(Geekble)은 과학공학적 원리를 담은 영상을 재치 있는 콘텐츠로 제작해 6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긱블은 주로 영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물건들, 쓸모없어 보이지만 궁금한 기계를 실물로 제작해 그 과정을 영상에 담는다. 아이언맨 광자포, 마동석 펀치 기계, 직접 만든 탱크, 실사판 카트라이더 등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기도 했다. 이처럼 독특한 콘텐츠로 1억뷰를 달성한 긱블은 최근 쿼드자산운용, 포스텍 홀딩스로부터 약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긱블 관계자는 더스탁에 “일차원적인 콘텐츠가 너무 많은 요즘, 긱블은 과학/공학으로 이 세상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재능낭비라고 하겠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콘텐츠 개발 역량을 통해 향후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