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경제(Longevity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장수경제란 50-60대(이하 시니어)가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용 대비 창출 가치가 작은 노동력으로 취급되어 경제활동 일선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세대들이 일반적으로 주력 소비층으로 인식되는 30-40대와 함께 내수시장 한 축으로 우뚝 서고 있다.
장수경제 중심에는 ‘액티브 시니어’가 있다. 이들은 여타 시니어들에 비해 경제활동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며 시니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문화, 뷰티, 유통, 서비스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들의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니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금융업 제외 시니어 관련 시장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3% 성장했고, 2020년에는 72조원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삼정KPMG’ 발간 자료에 따르면 시니어 가구 소비지출액은 2006년 200만원에서 2016년 280만원으로 연평균 3.4% 증가했다. 동기간 타 세대 평균치는 2.9%다.
시니어 인구 증가와 기술 발전도 시니어 시장 성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지난 2017년 고령 인구(만 65세 이상) 비중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 빠르게 시니어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또 4차 산업 등 최근 지식 기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시니어 시장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시니어의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으로 인식돼 은퇴 시간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뒷받침 하는 근로소득을 얻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이미 현재진행형이지만, 국내 시니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고령화를 문제로만 바라봤던 관성 탓이다. 국내 기업들은 10-30대인 Z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핵심 소비층으로 여기며, 주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만 치중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시니어를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컨텐츠, 제품,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시니어 소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문화 콘텐츠 부문이다. ‘꽃보다 할배’,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시니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지난해로 11회째를 맞이한 서울노인영화제 출품작이 157편에 달했다. 2014년 69편에 비해 확연히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시니어 소비자들 마음을 붙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가 판매 혜택을 알려주는 위메프 ‘텔레마트’, 시니어를 위한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쿠팡 ‘실버스토어’가 대표적이다. GS25는 지팡이, 혈당 측정기 등 30여종 시니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편의점 식품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한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한 바 있다.
여행부문에서도 시니어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시니어 여행 상품 평균 구매 가격은 112만원으로, 타 연령 대비 18% 높았다. 특히 프리미엄 여행상품 구매 비중이 55%로 집계돼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내수시장 견인의 한 축으로서 시니어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17년만에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됐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오늘날 가장 고령 국가인 일본조차 24년이 필요했다.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은 각각 115년 73년, 40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