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대어 ‘SKIET’(362610)가 코스피 상장 첫날 급락 마감했다. 수요예측 경쟁률 1위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증거금 81조원으로 IPO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면서 시장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다만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진 못했어도,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덕분에 공모주 투자자들은 종가 기준 47%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1일 SKIET는 시초가 대비 26.43% 하락한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IET는 오전 시초가가 공모가(10만5000원)의 2배인 21만원에 형성되면서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 가격에 형성한 후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장초반부터 무너졌다.
장 시작과 동시에 소폭 상승했던 주가는 이내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이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급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11일 지수가 내리면서 시장의 흐름이 좋지 못한 점도 부담됐다. 코스피지수는 1.23% 하락한 3209.43을 기록했다.
이날 SKIET의 주가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구체적인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이베스트투자증권 HTS 기준 3620억원어치 매도했고, 기타법인에서도 66억원가량의 매도물량이 나왔다. 반면 개인은 3530억원어치 사들였고, 기관도 연기금과 투신, 보험을 중심으로 146억원어치 물량을 담았다.
SKIET는 공모과정에서 새역사를 썼기에, 첫날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의 아쉬움이 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SKIET는 공모규모가 2조원이 넘는 대어급임에도 앞서 수요예측에서 1883대 1의 압도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IPO 역사상 수요예측 최고 경쟁률이다. 수요예측에는 무려 2417조원이 몰리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SKIET가 배터리분리막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전기차 시장의 질주로 전방시장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 투자 메리트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투자자 청약도 열기를 뿜기는 마찬가지였다. SKIET는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제외하고 국내 5개 증권사를 통해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았는데, 증거금이 무려 80조9017억원이 모였다. 기존 증거금 역대 1위를 기록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63.6조원)를 가볍게 따돌리고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증권사별 중복청약이 가능한 점도 증거금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증거금은 많이 모였지만, 공모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최종 청약 경쟁률은 288.17대 1에 그쳤다.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비교적 많지 않은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SKIET는 7129만7592주로 상장했다. 기관투자자 공모주 의무보유 확약 분(784만4846주)까지 제외하면, 유통가능 물량은 약 15%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61.20%)과 8.80%를 보유 중인 프리미어슈페리어유한회사는 상장 후 6개월간 매각이 제한된다. 프리미어슈페리어는 지난해 10월 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을 완료하면서 지분을 획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기준 1년 이내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주식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매각이 제한된다. 당시 신주 발행가격은 4만7816원이었다.
SKIET는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소재 자회사다.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한다. 회사는 지난해 프리미엄 시장인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습식 분리막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지만, 기공이 균일하고 박막화에 유리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전기차나 IT기기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티어1 시장은 SKIET를 필두로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전세계에서 4~5개의 소수업체만이 속해 있다. 그 중에서도 SKIET는 필름을 늘릴 때 활용하는 ‘축차연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친환경 기조에 따른 글로벌 각국의 정책지원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수요를 자극한 덕분에 분리막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도 분리막 수급이 타이트하지만 회사 측은 오는 2023년 이후 공급부족 사태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IET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 상장 후에도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오는 2024년 생산능력은 현재의 2.7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증설 물량은 대부분 수요처가 확보된 상황이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보통 설비 증설을 할 때 고객과 어느정도 협의를 하고 시작을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올해는 중국의 페이즈1하고 폴란드의 페이즈2가 상업가동을 하고, 내년에는 중국의 페이즈3하고 폴란드 페이즈4가 상업가동을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물량의 판매처가 결정된 상황이다. 그리고 내년에 만들 제품은 90% 이상이, 2023년의 경우에는 약 85% 이상이 협의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