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실버 이코노미' 168조원 거대시장…시니어 블루오션 노리는 스타트업들
더뉴그레이, 시니어 메이크오버 프로젝트 운영, 시드투자 유치 성공 스프링어게인, 치매환자 돌봄 서비스 '다시봄' 개발. 초기투자 받아 케어닥, 노인돌봄 매칭에서 노인 全 생애주기 서비스로 사업확대
[더스탁=김동진 기자] 한국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실버테크 산업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국내 70대 이상 인구는 총 631만9402명으로 20대 인구(619만7486명)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전체 인구 대비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도 2015년 13.2%, 2020년 16.4%, 2022년 18.0% 등 매년 상승해 2025년에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유엔(UN)은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특히 새롭게 고령인구에 진입한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는 이전 노년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고, 교육 수준도 높으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며, 체력적으로도 건강하고, 사회 활동도 활발하다.
이 때문에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는 2012년 27조3808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실버 이코노미 시장이 연평균 13%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68조원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버 이코노미는 고령세대 친화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식품, 요양, 여가, 주거 산업 등의 규모를 합한 수치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재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투자한파로 스타트업 창업과 신규 투자유치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실버테크 분야에선 투자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니어 콘텐츠·커머스 스타트업 ‘더뉴그레이(대표 권정현)’는 이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투자금은 비공개다.
더뉴그레이는 베이비붐 세대를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챙기며 여생을 보내는 ‘액티브 시니어’로 보고 관련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뉴발란스와 BMW, 카카오 등의 유명 브랜드와 함께 ‘시니어 메이크오버(사람의 모습을 개선하기위한 단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특히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 전문 모델처럼 사진을 찍어주는 ‘우리 아빠 프사 바꾸기’는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고령화문제가 심각한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번 투자를 이끈 이인성 블루포인트 수석심사역은 “더뉴그레이는 폐쇄적인 시니어 타깃 서비스를 개척한 차별화된 기획력과 강한 실행력이 돋보이는 팀”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시장이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어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치매환자 돌봄관리 스타트업 ‘스프링어게인(대표 주이나)’도 지난해 12월 중순 스타트업 AC 스파크랩에서 시드투자를 받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11월 설립된 스프링어게인은 치매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돌봄관리 서비스 앱 ‘다시봄’을 개발, 운영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정식 출시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장기요양기관 종사자의 업무 및 소통 효율을 제고시켜 주는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B2B로도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시봄은 치매 가족을 돌본 경험 있는 개발자와 서비스 기획 전문가들이 모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드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돌봄관리의 용이성을 높이고, 돌봄 보호자부터 요양관리자, 환자 가족들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는 기능들을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스프링어게인은 이번 투자유치로 다시봄의 운영 효율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LLM(거대언어모델)을 적용해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돌봄 기록에 대한 대처법 가이드를 자동화시켜 편의성을 향상하고, 차별화된 복지 SaaS 서비스로 거듭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주이나 스프링어게인 대표는 “LLM을 개발해 치매 환자 돌봄에 필요한 챗봇 등의 기능들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고, 환자와 시니어 테크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 노인 돌봄 플랫폼 업체 ‘케어닥(대표 박재병)’도 지난해 11월 다수의 국내 VC들로부터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아 시니어 주거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케어닥은 앱 기반 간병인 매칭 서비스로 출발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후 홈케어 서비스와 방문요양 돌봄센터, 시니어 주거 등 노인의 생애와 동행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 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