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달랑 하나…하반기 코스피 IPO는?
수산인더스트리∙쏘카∙현대오일뱅크 예심 통과…2곳은 공모 착수 컬리∙골프존카운티∙바이오노트∙케이뱅크 등 상장예심 청구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IPO시장 열풍으로 지난해 기업공개 시장은 상장 문턱이 높은 코스피시장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유독 많았다. 상반기만 해도 일반기업 중 솔루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4곳이 IPO에 성공하고 코스피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우량 기업들의 IPO가 줄줄이 예고됐던 만큼 연초만해도 지난해에 못지 않은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반기 코스피 입성에 성공한 기업은 리츠를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 단 한 곳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연초 스타트를 화려하게 끊었지만, 상반기에는 그 어떤 기업도 바통을 이어받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투자자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코스피 상장대열에서 줄줄이 낙마한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12.7조를 공모하면서 막대한 시장 자금을 빨아들인 것도 후발주자들이 고전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하반기 코스피 입성을 노리는 뉴페이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대기표를 받은 기업만 현재 3곳이다. 여기에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연내 상장을 목표로 최근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간 기업까지 포함하면 다수의 업체가 코스피 상장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쏘카, 수산인더스트리, 현대오일뱅크가 앞서 코스피 상장 예심을 통과했다. 이 중 가장 먼저 공모에 나선 것은 수산인더스트리다.
#발전 플랜트 정비 ‘수산인더스트리’ 2000억대 공모=수산인더스트리는 발전 플랜트 종합정비솔루션 기업으로 원자력, 화력, 바이오매스, 신재생 등 발전정비 전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높은 정비인력을 바탕으로 국내 유일 혹은 국내 최초 레퍼런스를 다수 확보하고 민간 정비업체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실적도 최근 5개년 연평균 매출성장률(CAGR)이 7.2%에 이르고 연간 영업이익률도 10%를 훌쩍 웃돌아 업계 평균대비 높은 수익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발전정비 시장에 경쟁기조가 확산되면서 민간 정비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공모예정 금액이 2000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어서 이를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571만5000주를 공모할 예정인데, 공모가 밴드는 3만5000~4만310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공모규모는 2000억~2463억원이며, 상장 시가총액은 5000억~6157억원이다. 아울러 총 공모규모의 25%는 구주 매출할 예정이다. 구주는 최대주주인 창업주 부부가 처분하는 것이다. 이들은 공모 전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모 후 지분율이 6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수산인더스트리는 오는 14~15일 수요예측을 거쳐 20~21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유니콘 특례 ‘쏘카’도 증권신고서 제출=쏘카도 공모일정을 잡고 상장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쏘카는 수산인더스트리보다 먼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증시부진에 상장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심사를 통과한 지 두 달 반이 지난 6월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유니콘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쏘카는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유니콘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피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총 455만주를 공모하는데, 전량 신주모집에 나선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으로 이에 따른 공모 예정금액은 1547억~2048억원이며, 상장 시가총액은 1조1436억~1조5136억원이다. 내달 1~2일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이어 8~9일 청약을 진행한 후 8월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2분기 실적을 포함시켜 공모를 진행하기 위해 일정을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는 카셰어링 시장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시장내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 등에서 지배적인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운영차량은 1만8000대 이상으로 국내 카셰어링 시장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약 800만 명이며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약 1000만 건에 달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은 모바일, 머신러닝, 인공지능, 백엔드 시스템 및 사물인터넷(IoT) 등 고도의 IT 기술의 융합이 필요하고, 차량운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능력도 중요하다. 쏘카는 11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모빌리티 관련 기술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을 전체 주식의 16.28%로 제한해 오버행 이슈를 차단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영업수익(매출)이 지속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인 점이 부담이다. 더욱이 최근 IPO시장이 미래 성장성을 무기로 한 플랫폼 기업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고유가 수혜 ‘현대오일뱅크’, 11월 상장 추진 전망=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29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아직 공모일정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해외투자자 유치가 필요한 만큼 상반기 실적을 결산하고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11월께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투자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대주주인 아람코가 2019년 지분투자를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8.1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어 10조원 이상의 몸값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과 업황이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20조6066억원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대비 50.5%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5933억원 적자에서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7조 2426억원에 영업이익 7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7%와 70.7% 성장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고유가 수혜주로 꼽히는데, 최근 유가는 WTI기준 배럴당 100달러 선에 걸쳐 고공행진 하고 있다.
향후 공모성적은 유가 향방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제재 등으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향후에도 유가가 고공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와 달리 OPEC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증산을 결정하거나 경기침체 우려로 원유수요가 급감할 경우 추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컬리∙케이뱅크도 연내상장 스텝=이 밖에 컬리, 골프존카운티, 바이오노트, 케이뱅크 등이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CJ올리브영, 오아시스, SSG닷컴 등은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상장예비심사 청구 타이밍을 재고 있다. 특히 컬리는 상장 심사가 길어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최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기 때문에 조만간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심사결과를 기다리던 교보생명은 주주간 분쟁 때문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올해 코스피 상장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상반기에는 코스피 도전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지만, 하반기에는 이와 달리 IPO시장의 분위기를 북돋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IPO업계 관계자는 "통상 코스피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몸집이 크고 업계 내 탄탄한 지위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들이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반기 경우를 보더라도 고평가 논란과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공모구조에 투자자들의 반응이 싸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와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이 지속적으로 증시를 짓누르고 있고 피어그룹이 될 만한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자체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이라도 투심과 수급 등 센티멘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고, 현재 기관투자자들도 공격적 베팅보다 실수요 위주로 수요예측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는 가에 상장여부나 공모 흥행이 달려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