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백서] 투구게 편

푸른 피를 가진 살아 있는 화석

2017-07-27     전민아 기자

공룡을 뛰어 넘는 지구의 오랜 생존자가 있다. 바로 ‘투구게’다. 방패를 닮은, 몸길이 50~60cm 가량의 투구게는 약 4억 4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오며 ‘살아 있는 화석’으로도 불리운다. 신기한 건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이름만 들어선 언뜻 ‘게’(crab) 종류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투구게는 ‘게’보다는 전갈이나 거미에 가까운 ‘절지동물’이다. 4종으로 구분되며, 종에 따라 생김새가 약간씩 차이난다. 그러나 모두 생태학, 형태학, 혈청학적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 중 3종은 동남아시아에, 1종은 북아메리카 동부에 산다. 특히 일본과 중국 남쪽에 주로 사는 ‘세가시투구게’는 1997년 우리나라 우도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투구게는 사람 등 대부분의 포유류와 다르게 피가 새파랗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할 때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아닌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구리를 기반으로 하는 헤모시아닌은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색을 띤다. 반면 철 성분이 포함된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만났을 때 빨간색으로 변한다. 헤모시아닌은 산소압이 낮고 추운 환경에 적합한 운반체다. 결국 투구게의 파란 피는 깊은 바다에서 살아 가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투구게의 피는 단순히 색으로만 눈길을 끄는 게 아니다. 세균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혈액 속 면역 체계는 인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투구게의 피는 그람음성세균을 만나면 곧바로 응고된다. 그람음성세균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균들로 대장균, 살모넬라균, 콜라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실제 투구게 피의 이 같은 면역 반응은 오늘 날 인간의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액 등으로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검사할 때 사용된다.

매년 수천 마리의 투구게가 시약을 만들기 위해 강제 헌혈을 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15%는 스트레스로 목숨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