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자금유입, 3기 신도시 보상금이 관건
[윤종훈] LG애드. 부동산 개발업체 블루젬 이사. 홍보대행사 건설부문 전문 컨설턴트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20년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투자자 자금의 엄청난 유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해동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금액은 코스피 46조, 코스닥 26조로 총 63조에 육박해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25조를 받아내며 증시를 지탱하고 끌어올렸다. 새해에는 올해만큼의 유입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 반대편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라는 또다른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2018년부터 추진중인 ‘3기 신도시’는 2021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연초부터 순차적으로 토지보상 절차와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되고 7월부터는 일부 신도시부터 사전청약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이나 증시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공급 부족과 유동성 증가가 현 정부 들어 더욱 심해졌으며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치솟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규제지역 지정과 대출규제, 수요억제책 등을 발표해 대응해 왔다. 여기에 더해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를 빠르게 추진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재부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의 규모를 33조원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당장 내년에 풀릴 보상금만 17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부 언론은 3기 신도시를 제외한 수도권 중소규모 택지에 대한 보상금까지 합치면 내년에만 50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시장에서는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어느 투자처를 향할 것인지 기대하며 이를 끌어들이기 위해 증권, 은행, 부동산, 컨설팅 등 다양한 업계가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폭등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늘 다양한 변수가 등장해 많은 예상을 무색하게 해 왔다.
우선 사업추진속도에 따라 내년에 지급될 토지보상금 규모는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이미 토지보상공고를 발표한 하남교산, 인천계양, 남양주왕숙2 등은 이미 토지 소유주가 보상기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행정소송이 이어질 경우 보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과 집합금지 조치 역시 토지보상 추진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토지보상금의 규모에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당장 내년에 시장에 풀리는 보상금의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2021년 증시예측과 부동산시장 안정화 여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을 맞이해 증권사들이 예측한 내년 코스피지수는 최저 2,800에서 최고 3,000 사이에 형성돼 있다. 코로나 회복단계에서 우리를 포함한 주요국가들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것으로 보여 폭증하는 유동성이 증시를 더 끌어 올리고 토지보상자의 신규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미래예측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사례를 돌아보면 토지보상금이 인근 지역의 부동산 구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기 신도시 추진과정에서 풀린 2006년 토지보상금의 40% 가까운 자금이 인근 부동산 구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전통적인 부동산 불패신화와 맞닿아 있으며, 부동산 시세가 잠시 주춤한 것으로 보이는 현재 상황을 ‘장기적 안정 및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느냐 ‘일시적 숨고르기’로 보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2기 신도시 추진 당시 토지보상금으로 전국의 땅값과 아파트 가격이 10~20% 상승했던 경험이 다시 재연되는 시나리오에서는 보상금이 증시로 유입될 여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금이 아니라 토지로 보상받는 대토보상 비율이 증시 유입자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이다. 보상액 기준 대토보상 비율이 높아질수록 증시나 부동산 투자에 투입될 자금이 줄어들게 된다. 대토보상은 현금보상이 인근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에서 탈피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다. 최근 1~2년 사이 주요 사례를 보면 보상금액 비중으로 성남금토지구와 과천주암지구는 30~40%, 수서지구는 50%에 이르는 대토보상 비율을 기록했다. 투자목적으로 인식되는 서울 인근의 대토보상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이번 3기 신도시는 대토보상으로 제공될 땅에 기존 상업용지와 단독주택용지 외에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추가하기로 해 토지 소유자들의 관심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LH가 자산관리자로 참여해 토지 소유자가 보상으로 받은 토지를 출자받아 개발하고 수익을 토지 소유자와 분배하는 ‘대토리츠’를 본격 도입한다. 토지개발 경험이 없는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수익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대토보상 비율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측가능한 과정과 반대의 변수가 더해져 대규모 국책 개발사업은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3기 신도시 역시 아직 가야할 길이 먼 상황에서 토지보상금의 증시 유입은 기대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