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태백서] '니모, 집게, 말미잘의 삼중공생' 편

말미잘의 이동수단 집게와 먹이공급자 흰동가리… 이들을 보호하는 말미잘

2017-06-07     전민아

쫓기는 일상에 현대인들에게 서로 도우며 함께 살다라는 뜻의 '공생(共生)'이란 단어는 어느새 그리운 옛말이 되어버린 듯 하다.

'나 먹고살기 바쁘다'라는 말은 오늘 날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변명이 되어버렸지만, 세상 이면에선 '먹고 살기 위한 공생'도 있게 마련이다. 영화 '니모'를 통해 세계적 스타반열에 오른 열대어 '흰동가리'와 '말미잘' 그리고 '집게'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산호초가 많은 인도양과 태평양 등 따뜻한 열대 바다에 서식한다. 특이하게도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촉수 속에서 살아간다. 이 곳은 자신을 지킬 특별한 무기가 없고 몸집이 작아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속하는 흰동가리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은신처다. 말미잘의 촉수 속에서 흰동가리는 다른 포식자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말미잘 촉수에는 독이 있는 자세포가 들어 있다. 자세포의 독성은 사람 피부에 직접 닿으면 발진과 호흡 곤란 등으로 상당기간 고통을 줄 정도로 강력하다. 작은 물고기들은 즉사할 정도로 강력한 탓에 다른 바다동물들은 말미잘을 가까이 하기 꺼리지만, 흰동가리의 몸에선 말미잘의 독성을 견딜 수 있는 물질이 분비된다.

대신 흰동가리는 자신을 노리는 포식자들을 말미잘에게 유인해 먹이로 공급한다. 흰동가리의 생존이 곧 말미잘의 생존과 직결된 셈이다.

흰동가리는 말미잘에게 먹이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기생충을 제거해준다. 말미잘 또한 흰동가리에게 먹이를 공급과 함께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까지 해주며 공생관계를 유지해간다.

말미잘은 집게와도 공생하며 살아간다. 움직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말미잘은 집게의 껍데기 위에 자리를 잡아 집게와 함께 서식지를 옮겨 다닌다. 집게는 움직이지 못하는 말미잘의 이동수단이 되어주고, 말미잘은 집게의 포식자들이 꺼려하는 보디가드가 되어주는 셈이다. 때때로 어떤 종의 게들은 작은 말미잘을 집게발로 집어 적을 막아내기도 한다.

말미잘의 먹이공급을 책임지는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이동수단이 되어 서식환경을 조성해주는 집게, 그리고 이들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주는 말미잘은 삼중공생관계로 얽혀있는 셈이다. 인류도 바다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고 있는 만큼, '공생'이라는 개념으로 이들을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