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특례상장 1호 추진 기업으로 주목받았던 보로노이(대표이사 김대권, 김현태)가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로노이도 증시변동성 확대에 얼어붙은 바이오섹터에 대한 투심을 끝내 녹이지 못한 셈이다. 보로노이는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입장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14~15일 양일간 실시했으나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환경 속에서 당사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증시가 대외시장 불안정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임에 따라, 보로노이는 기업가치 재평가와 투자자 보호 측면 등 상장 이후 상황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대표 공동 주관회사인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과 협의 후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보로노이는 유니콘(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로 이번 상장을 추진했다. 유니콘 특례는 거래소가 지난해 4월 신설한 제도로 종전의 기술특례 절차를 보다 간소화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술특례는 거래소가 지정한 2곳 이상의 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유니콘 특례는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일 경우 평가기관 한 곳에서만 'A' 이상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자격이 주어진다.
보로노이는 지난해 5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한 표적항암치료제를 기반으로 기술보증기금에서 A등급을 받아 요건을 충족한 바 있다.
보로노이는 이번 공모에서 상장 밸류를 6667억~8667억원으로 제시했다. 총 공모주식 수는 1333만3949주, 공모가 희망밴드는 5만~6만5000원으로 예상 공모규모는 1000억∼1300억원이었다.
유니콘 특례 특성상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코스닥 입성이 불가능했는데, 이는 공모가 하단가격보다 25%나 낮은 3만7500원 미만으로 보로노이의 공모가가 결정됐을 경우다.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가격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만큼 상장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은 넘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관 참여가 저조한 탓에 최소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노이는 이번에 기관투자자에 총 공모주식 수의 70~75%인 140만~150만주를 배정했다.
글로벌 약물설계 전문기업인 보로노이는 상장 이전에 4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2.1조원의 총 마일스톤을 확보한 점, 짧은 업력에도 11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점, 그 중 2개의 파이프라인이 FDA 가속승인이 가능한 GDC(Genotype-directed Cancer, 발암 돌연변이가 명확히 밝혀진 암) 치료제여서 빠른 매출 발생이 가능한 점, 약물설계 기술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공모에 도전했으나 끝내 투심을 잡지는 못했다. 증시급락과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최근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보로노이에 큰 관심을 가져주신 투자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며 "보로노이의 미래 성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핵심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며 향후 시장 안정화 시점을 고려해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